투자는 좋고 투기는 나쁜가. 공장이나 기계처럼 생산에 필요한 자본재의 총량을 늘리는 행위는 투자이고, 생산과 관계없이 이익만을 목적으로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을 구입하는 행위는 투기다. 모두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지만, 돈이 생산적 활동을 하는가에 따라 투자와 투기는 다르다. 고교생을 위한 사회용어사전의 이 개념은 잘못된 설명이다. 그렇다면 건물에 금전을 투입하는 행위는 투자이고, 미성숙 토지에 금전을 투입하는 것은 투기라 할 수 있는가. 부동산을 이용할 뜻이면 투자이고 아니면 투기이며, 양이 많으면 투기인 경우가 많다는, 인터넷에 있는 부동산용어사전의 개념 정의도 역시 폭등하는 아파트값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투자와 투기는 본질이 같기 때문이다.
투기는 그 부정적 뉘앙스로 인해 경제에 해악을 주는 행위로 이해될 뿐 투자의 또 다른 용어일 뿐이다. 경제 투기거래 상식으로 생각해 봐도 이유는 분명해진다. 첫째, 돈은 주식과 채권처럼 금융자산을 통해 금융경제로 흘러가 공장과 기계를 움직이는 데 쓰인다. 기업에 필요한 자본을 공급해 주고 발행된 증권이 거래되는 시장에서 금융자산을 구매하는 것은 그래서 생산적인 경제행위다. 선진국일수록 실물경제보다 금융경제가 더 발달하는 이유도 알고 보면 실물자산보다 금융자산의 생산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둘째, 투자로 돈을 벌려면 그만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위험을 부담하기 싫은 사람은 수익률이 낮더라도 은행에 저축하는 게 좋고, 수익률을 높이려는 사람은 그만큼 위험이 큰 펀드나 주식에 투자해야 맞다. 펀드나 주식의 수익률이 은행이자율보다 높은 건 위험에 비례하는 프리미엄 때문이다. 이 위험 프리미엄 덕분에 시장은 늘 균형을 찾는다. 수익성-위험 간의 상충관계가 세상의 이치인 것처럼 투기는 위험을 많이 감수하는 투자다. ‘갭투자’로 산 아파트로 모두 돈을 버는 건 아니다.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 아파트 투자는 손해를 본다. 투기에 따르는 당연한 위험이다. 투기(投機)를 뜻하는 영어 ‘speculation’도 투자할 기회를 숙고하고 추측한다는 단어다. 투기는 일종의 ‘고위험-고수익’ 투자다. 가축이나 곡물, 금과 주가지수, 콜옵션과 풋옵션 등에 미리 가격을 정해 거래하는 선물(투기거래 先物)시장은 전형적인 투기시장이다. 미래의 불확실한 가격변동에 대비하려는 게 거래자의 의도지만 어떤 결과라도 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본다. 농부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밭떼기 거래도 알고 보면 투기시장이다.
셋째, 시장경제는 설계도면대로 움직일 만큼 단순하지 않다. 개인은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사익을 추구하고 자신의 부를 쌓는다. 이 본성 때문에 적정이윤이란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경쟁시장에서 기존 질서를 깨는 기업의 혁신도 초과이윤을 얻으려는 사적 욕구에서 나온다. 투기는 경쟁의 틀에서 초과이윤을 얻기 위해 위험을 많이 감수하는 투자일 뿐이다. 최근 ‘임대차 3법’의 국회 통과로 시장은 더 불확실해졌다. 시장의 작동원리를 간과한 규제로는 부동산 심리를 안정시킬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23번의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지역 확대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확대, 취득세ㆍ양도세ㆍ종부세 인상,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에 이르는 규제를 모두 동원했다. 정책수단이 그 목적 달성에 실패하면 그걸 정책의 실패라고 한다. 부동산정책은 반복해서 실패했다. 지금은 주택구입을 위해 자금조달계획서도 제출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급조된 제도로 해결을 바라는 건 희망일 뿐이다. 임대차 3법으로 전셋값이 폭등한 건 정책의 실패다. 월세 전환을 기대하는 것도 탁상행정가들의 착각이다. 가격은 시장참여자들이 결정하는 일이다.
규제의 역기능이 커지자 정부는 부동산감독기구까지 구상하고 있다. 시장을 교란하는 불공정행위를 막고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감독기구가 필요하다는 논리지만 지금의 규제로도 충분하다. 이익을 쫓는 부동산 거래를 투기로 규정한 그간의 ‘부동산 계엄’은 반시장적인 발상이다. 시장이 정책 의도와 반대로 움직이는 이유부터 살펴야 한다. 반복하는 정책실패의 배경에는 투기에 대한 잘못된 프레임이 있다. 투기세력의 근절보다 수요와 공급에 충실한 정책이 답이다. 수요가 많은 곳엔 공급을 늘려야 한다. 지금처럼 아파트 공급을 늘리면 그만큼 개발지역의 아파트 매력은 줄고 공급이 억제된 고급아파트 값은 더 오른다. 강남엔 재개발과 35층 층고 규제를 풀고, 대체할 지역을 찾아 시장이 원하는 고가의 아파트를 더 짓도록 하면 된다. 당장은 그들이 개발이익으로 재미를 보겠지만 시장이 균형점에 이르면 강남의 아파트 값은 내린다. 그러면 부동산을 쫓는 ‘투기꾼’도 사라진다.
"투기거래 아파트 투기 '광풍'…지금처럼 심한 적 없었다"
KB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8일, 원주아파트 매매가격증감률은 0.78%였다. 전주보다 아파트 매맷값이 0.78% 올랐다는 것. 이를 월 단위로 계산하면 3.1%, 연 단위론 37.4%에 해당한다. 그만큼 아파트 가격이 원주서 급등하고 있다는 뜻이다. 매매가격지수도 2019년 5월 18일 94.9를 기록한 이후 2년 넘도록 상승하고 있다. 지난 8일엔 108.6까지 찍은 상태다.
아파트 가격이 장기간 치솟은 이유는 외지인 투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투기거래 투기거래 의하면 서울이나 도외 거주자의 관내 아파트 거래 비율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작년 10월 21.4%에 불과했던 외지거주자의 아파트 구매비율이 지난 9월엔 51.5%까지 오른 것.
부동산 전문가들은 "원주 물건이 인근 도시보다 저평가됐기 때문에 투기 대상으로 보는 것"이라며 "규제가 심한 수도권보다 교통망이 좋은 원주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가치, 춘천·강릉보다 저평가
원주는 춘천, 속초, 강릉보다 인구가 많다. 여주~원주 복선철도 등 수도권 접근망도 개선돼 가격 상승 투기거래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동산 비규제지역이어서 대출 규제도 심하지 않다. 투자자 입장에선 단기 차익을 실현하기에 딱 좋은 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럼에도 원주 아파트값은 인근 지역보다 싼 편이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9월 이래 원주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아파트는 원주더샵센트럴파크 1단지였다. 이 아파트(전용면적은 84.98㎡)는 지난 9월 5억6천326만 원에 분양권이 거래됐다.투기거래
비슷한 시기 춘천은 6억2천500만 원, 강릉은 5억6천800만 원, 여주는 5억8천214만 원에 최고가를 찍었다. 이는 투기꾼들이 원주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보는 근거가 됐다.
단구동 A부동산 관계자는 "과거에는 1억 원 미만 저가 아파트를 많이 노렸지만, 최근엔 신규분양아파트를 주목하는 것 같다"며 "외지인을 중심으로 투기 열풍이 불었는데 최근엔 원주 시민들까지도 가세하고 있다"고 말했다.
![]() |
▲ 호반써밋 본보기집 |
원주 시민도 투기 붐…신규아파트 표적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주에서 수익을 보려는 가수요가 늘고 있다. 지난 8~9월엔 세경3차아파트나 청솔8차아파트 등에 투기 투기거래 세력이 몰렸다. 취득세 중과를 피하려고 공시가격 1억 원 미만의 아파트를 노린 것.
인근 부동산 중개인들은 "한 사람이 앉은 자리에서 수 채씩 계약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혁신·기업도시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해 원주 아파트 평균 매맷값은 역대 최초로 2억 원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신규 분양아파트를 중심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기업도시 이지더원 3차아파트는 지난달 특별공급을 제외하고 1천1세대를 분양했다. 평균 경쟁률은 7.15대 1, 최고 경쟁률은 16.52대 1을 기록해 전 주택이 1순위 마감됐다.
남원주역세권에 들어서는 호반써밋도 지난 16일 1순위 모집에 전 세대 청약이 마감됐다. 특별공급을 제외하고 235세대를 분양했는데 평균 경쟁률이 88.99대 1에 달했다. 최고 경쟁률(084.9687A형)은 102.6대 1을 기록했다. 전매 제한이 없다 보니 프리미엄을 얼마나 실현할 수 있을지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문의가 쇄도했다.
단구동 A부동산 관계자는 "호반써밋, 무실동 제일풍경채 등 분양 중이거나 분양 예정 아파트에 관심이 뜨겁다"며 "부동산 광풍이 지금처럼 심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 섣불리 했다간 낭패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거래에 '신중하라'고 조언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 추세이고, 대출 규제도 강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는 연 3.31∼4.839%를 기록했다. 상단과 하단이 모두 5개월여 사이에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게다가 정부는 내년부터 총대출액이 2억 원을 초과할 경우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빌린 대출 총액이 2억 원을 넘으면 연봉의 40%까지만 원리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 내년 하반기에는 전체 대출 금액이 1억 원을 넘어도 DSR 규제를 적용받는다.
최경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원주시지회장은 "내년에 공급되는 신규아파트는 DSR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생각해도 원주엔 수천 세대 아파트 공급이 예정돼 있어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외지인 투기거래 집중 조사…1억 이하 저가아파트 거래
정부가 공시가격 1억 원 이하의 아파트를 집중 매수하는 행위에 대해 기획조사에 착수한다. 취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법인·외지인이 저가 아파트를 매집하고 있다는 지적(2021년 8월 30일 16면, 9월 27일 17면 보도)이 일면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9월까지의 저가아파트 거래량은 24만6천여 건에 달한다. 이중 약 6천700여 개의 법인이 2만1천 건을 매수했고 외지인 5만9천여 명이 8만 채를 사들였다.
최근에는 법인의 매수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모양새다. 전국 저가아파트 거래 중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 올해 4월 5%에 불과했던 법인 매수비율은 지난 8월 22%까지 증가했다.
국토부는 투기거래로 실수요자 주택 매입이 힘들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실거래 기획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조사대상은 2020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저가 아파트를 매수한 외지인 거래다. 자금조달계획, 매도·매수인, 거래가격 등을 검토해 이상 거래를 선별할 계획이다. 국토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이 원주를 포함한 전국 모든 지역을 내년 1월까지 집중 조사한다. 최근 급증하는 법인의 저가 아파트 매수 행태에 대한 심층 실태조사도 추진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저가아파트를 여러 차례 매수했다고 해서 투기수요로 판단하거나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거래 과정에서 업·다운계약, 편법 증여, 명의신탁 등의 법령 위반 사실이 발견되면 관계기관에 통보해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45채 싹쓸이’… 외국인 부동산투기 칼 빼든다
40대 미국인 A 씨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경기와 인천, 충청 지역을 돌며 주택 45채를 ‘싹쓸이’했다. 단지마다 7채씩 통으로 매수한 단지만 3곳에 이른다. 내국인이었다면 불법·이상 거래로 조사받았을 만한 거래들이지만 그는 최근까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앞으로는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도 투기가 의심되면 정부가 조사에 나선다. 외국인 투기가 쏠리는 지역은 ‘외국인 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국세청, 법무부, 관세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이달 24일부터 9월까지 투기거래 외국인 투기성 거래 기획조사에 착수한다고 23일 밝혔다. 대상은 2020년 1월∼2022년 5월 외국인 거래 중 투기가 의심되는 1145건이다. 투기 의심 거래는 국적별로 중국이 52.6%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미국 26.4%, 캐나다 7.3%, 대만 4.3% 순이었다.
외국인의 국내 주택 매수건수는 2017년 6098건에서 2021년 8186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거래량 자체는 전체의 1% 수준이지만 지난해 거래 중 64%가 집값 상승이 두드러진 수도권에 몰리는 등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성 거래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유형도 다양하다. 17세 미국인 B 씨는 2018년 서울 용산구에 있는 27억 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했고, 경기에선 8세 중국인이 1억6000만 원짜리 주택을 사들였다. 국토부는 이들이 구입 자금을 편법 증여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유럽 국적의 한 외국인은 서울 강남의 주택을 105억3000만 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구입 자금을 해외에서 불법으로 들여왔다고 의심하고 있다.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는 유학비자(D2)로 입국한 중국 여성 C 씨는 인천 빌라 2채를 1억8000만 원에 사들여 불법 임대해 매달 90만 원씩 수입을 거두기도 했다. 국토부는 이런 사례들을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에 통보하고 과태료 부과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외국인 부동산 거래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착수한다. 시도지사 등이 ‘외국인 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법 개정도 추진한다. 이 경우 실거주 목적 매입만 가능해진다.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비자를 거주(F2) 일부, 재외동포(F4), 영주(F5), 결혼이민(F6) 등으로 제한하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도 추진한다.
농식품부는 개정 농지법에 따라 이달 18일부터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농지위원회 심의제도’가 도입된다고 17일 밝혔다.
농지위원회는 각 시구읍면에 설치된다.
농지위원회의 심의 대상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있는 농지를 취득하는 경우 △농업법인이 농지를 취득하는 경우 △1필지의 농지를 3인 이상의 공유지분으로 취득하는 경우 △농지소재지 시군자치구 또는 인접한 시군자치구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관할 농지를 처음 취득하는 경우 △외국인·외국 국적 동포가 농지를 취득하는 경우 등 5가지다.
농식품부는 농지위원회를 통해 농지 취득 자격을 더 내실 있게 심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18일부터 농지원부 제도가 개선됨에 따라 농지원부 명칭이 ‘농지대장’으로 바뀐다.
농지원부는 농지의 소유·이용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1973년부터 작성돼온 자료다.
앞으로 농지 임대차계약 투기거래 체결 등 농지 이용정보를 변경할 경우 농지대장 변경도 의무적으로 신청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농지 소유자나 임차인은 농지 임대차계약을 체결·변경·해제할 때와 농지에 축사 등 시설을 설치할 경우 60일 이내에 농지 소재지의 관할 행정청에서 농지대장 변경을 신청해야 한다.
다만 이달 18일 이전에 체결한 임대차계약이나 설치한 시설은 변경신청 대상이 아니다.
농지대장 변경 사유가 발생했지만 변경신청을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신청할 경우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박수진 농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은 “농지위원회 심의제도를 신설해 투기거래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을 억제하는 한편, 농지 임대차 신고제도를 시행해 농지 관리체계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0 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