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과 마진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4월 3일 | 0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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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과 마진

[4大 국내 증권사 CRO 릴레이 인터뷰]
금리상승에 증시침체 시그널까지. 증권사 '겹악재' 직면
금융 당국의 관리 칼날에 증권사 리스크관리 중요성 부각
미래에셋·NH투증·KB증권·신한금투 리스크 관리 '한목소리'

[편집자주 : 유동성이 말라붙고 매크로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돌아가며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의 경영 전략도 '성장'에서 '관리'로 급선회하고 있다. 각 사의 리스크 대비 현황은 이미 지난 1분기 실적의 명과 암을 갈랐고, 2분기엔 더 드라마틱한 격차를 만들어낼 전망이다. 특히 국내 금융사 중 가장 많은 위험상품을 다루는 증권사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인베스트조선은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대표 4대 증권사의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를 만나 대응 전략을 들어봤다.]

풍부한 유동성의 시대가 저물고 금리상승 기조가 지속되면서 경기침체에 따른 자금경색 리스크가 화두에 올랐다. 전세계적인 주식시장 위축, 금융자산의 평가손실 확대 리스크에 증권사의 건전성 관리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시점이다.

이미 각 증권사 별로 위험 징조는 가시화되고 있다.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인수금융 부문의 미매각 물량이 쌓이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각종 모럴 주식 시장과 마진 해저드(도덕적 해이) 사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다가오는 ‘위기 관리’ 시대를 맞아 각 증권사들 역시 각기 대비책을 세우기 위해 분주한 모양새다.

지난 6월,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한 지 약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들을 한 데 불러 건전성 및 유동성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단기 금융시장 경색에 따라 증권사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금리상승으로 인한 보유채권 손실,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 관리, 부동산PF 등 자산 부실화 등 역시 각별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부문으로 꼽혔다.

이 같은 금융 당국 기조에 증권사 내 리스크관리를 책임지는 임원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위기에 대비하고 있을까.

금리상승으로 증권업황에 드리운 먹구름…’시스템’ 재정비로 파고 넘는다

국내 증권사들은 모두 금리상승에 따른 각종 지표 변화를 최근 리스크 관리의 주안점으로 꼽았다. 금리상승은 단기 자금조달이 필수인 증권사 영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증시거래 위축으로 위탁매매 수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채권 및 주식운용 부문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상태다. 특히 가파른 금리상승은 채권 트레이딩에 직접적인 손실을 미친다. 결국 지난 1분기 증권사 영업수익은 약 5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조5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이에 각 증권사의 리스크관리 부서에서는 금리상승 시기를 맞아 시스템 정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간 국내 증권사들의 리스크관리 능력이 예전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발전했지만, 급격히 바뀌는 거시적 시장 상황을 반영해 좀 더 타이트한 관리에 힘쓰는 모양새다.

김도식 NH투자증권 리스크관리본부 상무는 “금리의 가파른 상승으로 채권 트레이딩북과 관련한 손실이 예상되고 있어 하반기에도 변동성 확대를 감안해 리스크관리에 힘쓸 예정”이라며 “고유자금 투자규모나 고객 자금을 활용한 운용 모두 리스크 한도를 줄이고 제한적 범위에서만 신규 운용을 허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염홍선 KB증권 리스크관리본부 상무 역시 “증권사 내 업황 악화로 하반기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라며 “운용 부서들이 수익 창출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S&T(세일즈앤트레이딩) 부서 등 현업 부서에서 몸집을 줄이고, (신규보다는) 기존 투자를 회수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주시하는 부동산PF. 인수금융도 셀다운에 초점

부동산PF와 인수금융 부문 역시 금리상승에 따라 각별한 모니터링이 요구되는 분야로 꼽힌다. 조달금리가 오르니 부동산PF사업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리파이낸싱(자본재조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탓이다. 인수금융 부문 역시 가파르게 오르는 금리에 조달금리 상승의 부담을 안게 됐다. 최근 인수금융 금리는 약 6%대로 지난 1분기 4% 수준에서 크게 올랐다. 이에 증권사들은 해당 분야 내 미매각 물량을 셀다운(Sell-down · 단기 보유 후 매각)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리스크관리부서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올해는 ‘셀다운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미매각 물량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일부 증권사들은 다소 할인을 불사하고라도 셀다운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KB증권은 올해 초 운용 부문 내에 셀다운을 전담으로 맡는 대체신디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염홍선 KB증권 상무는 “아무래도 증권사들은 고유계정보다는 셀다운 위주로 부동산 IB사업을 취급하다보니 셀다운 물량이 많이 쌓인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 초부터 셀다운 기간을 줄이도록 하고 자산을 특성별로 다섯 유형으로 나눠 셀다운을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최성준 신한금융투자 심사본부 상무는 “아무래도 금리가 오르니 수익성 자체가 기관들의 눈높이에 안 맞는 경우들이 있다”라며 “일정 부분은 기존에 받았던 수수료를 반영하고 일부 할인을 통해서라도 셀다운에 신경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우스 기조에 따라 개별 딜보다는 전반적인 시스템 관리가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리스크부서에서 개별 딜의 성패 여부를 점치기는 어려우니 부실이 날 ‘가능성’을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자는 취지다.

안종균 미래에셋증권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은 “자기자본의 30% 이상은 부동산PF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권장 비중은 20~25% 수준이다”라며 “현장 하나씩 돌아다니며 심사하는 것은 심사본부가 해야 할 역할이지, 리스크관리본부에서는 더 매크로한 상황을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최악의 상황이 닥치더라도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증시침체에 ELS 등 파생상품 안정성도 도마 위…"상품관리 철저히 감독할 것"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 및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주요 주가지수들은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하고 있고, ELS의 조기상환 규모가 급감하며 잔액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ELS 잔액은 44조원으로 전년 말보다 10조원 증가했다. 상반기 월평균 ELS 발행금액은 약 2조7000억원으로 2020년, 2021년 대비 감소했지만 조기상환 금액 감소 추세가 더 가파르면서 잔액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잔액이 증가한 상황에서 글로벌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등 ELS에 비우호적으로 시장 상황이 전환된다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현재 증권가가 공유하고 있는 우려다.

증권사 리스크 담당 임원들 역시 파생상품 위험성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NH투자증권은 조기상환 가능성이 높고 운용 리스크가 적은 상품을 위주로 발행하고 보수적인 헤지 운용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KB증권은 자체헤지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운용하고 있다. 자체헤지란 증권사가 직접 운용해 헤지 포지션을 취한다는 의미다. 자체헤지는 외국계 등 타사에 맡기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지만 손실이 확정될 경우 대규모 운용 손실을 떠안을 수 있어 리스크가 높다.

염홍선 KB증권 상무는 “헤지비용을 많이 쓰더라도 안전하게 가자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자체헤지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시장 자체가 H지수뿐만 아니라 유로스탁까지 다 같이 빠지고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상품 리스크는 지난 몇 년 간 ‘라임 사태’, ‘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증권업계에서 오랜 기간 회자되고 있는 테마다. 이에 내부통제 역시 증권사 리스크 부서가 빼놓지 않고 챙기는 이슈가 됐다.

안종균 미래에셋증권 부사장은 “리스크가 터진다고 할 때 손실규모로만 따지면 IB부서는 상당한 정도이고 채권 트레이딩은 운용 규모만 수십조원이기 때문에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큰 영향”이라며 “하지만 리테일 쪽에서는 사고 발생 빈도는 낮지만 한번 터지면 회사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피해가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시스템적 관리가 중요해서 개별 상품 승인은 리스크 관리 부서에서 모두 스크리닝 한다”라고 말했다.

영업부서와 충돌은 불가피…끊임없는 소통만이 살길

증권사 리스크관리부서는 대규모 손실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필수’ 부서이지만 종종 수익을 책임지는 IB 부서의 발목을 잡는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수익 규모에 따라 회사 내 생존 여부가 갈리는 IB 부서장들로서는 소싱한 딜마다 비토(거절)를 놓는 리스크관리부서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이 때문에 예전에는 리스크관리부서가 증권사 내 한직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개별 딜(거래) 성과에 따라 엄청난 성과급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회사 내 입지가 크지도 못 했던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은 리스크관리부서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이에 증권사 리스크관리 임원들은 현업부서와 ‘소통’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꼽았다. 필연적으로 이해상충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만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해 오해와 갈등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사 내 리스크담당 임원을 이전에 현업 IB에서 수십년간 실무를 쌓아온 인물들을 발탁하는 경우도 많다. 리스크관리부서에서 전문성을 쌓았던 예전과는 달리 현업 IB 출신들이 리스크관리 임원을 맡아야 부서간 의견 조율이 원활히 이뤄진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실제로 안종균 미래에셋증권 부사장은 2007년부터 프로젝트금융2본부장, 투자심사본부장 등을 맡으며 부동산 IB 부문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최성준 신한금융투자 상무 역시 2011년부터 대기업 금융부장, GIB사업부장 등을 두루 역임한 정통 IB 출신이다. 김도식 NH투자증권 상무는 IB크레딧부장을 맡으며 IB 사업부 소속으로 전반적인 사전 심사를 맡아왔다.

안종균 미래에셋증권 부사장은 “평소 영업부서와 자리를 갖고 소통에 힘쓰는 데 많은 자원을 할애하고 있다”라며 “리스크관리 부서장들도 각각 대체투자 및 기업금융 출신들로 구성돼 현업부서 경험이 풍부하다. 매크로적인 공부를 통해 다양한 지식을 늘리는 점도 리스크관리의 필수 요건”이라고 말했다.

리스크관리부서 차원에서 영업부서와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김도식 NH투자증권 상무는 “부임 후 가장 강조하는 것은 승인과 미승인의 이분법적인 심사를 하지 말고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의 리스크 보완책을 제시하자는 것”이라며 “이런 노력들이 심사 부서의 스탠스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더 세밀하고 정교하게 리스크를 관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금융에서 리스크 관리는 ‘절제’를 뜻한다고 합니다. 절제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수준까지만 투자할지, 얼마만큼만 손실을 감내할지 등의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근거를 찾고, 방법론을 만드는 일이죠. 한국주택금융공사 리스크관리부의 김동길 저자와 함께 하는 는 제목처럼 이런 마음가짐을 개인 차원에도 적용하는 걸 권합니다. 첫 화에서는 잠시 시계를 1세기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올해도 올랐습니다. 한국의 주택가격은 매달 사상 최고치를 쓰고 있죠. 주가의 경우, 코스피가 2021년 6월 25일 장중 역사적 최고치 3,316포인트에 도달한 이후, 8월에 3,100선이 붕괴되긴 했으나 최근 다시 반등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2020년 3월 한 달 동안 지수가 600포인트가량 하락했으나, 그 후 지금까지의 상승폭은 1,800포인트로 두 배 넘게 올랐습니다.

미국은 더합니다. 주택가격과 주가가 천장을 뚫은 지 오래입니다. 주택가격 지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4년 전에 일찌감치 넘어섰고, 지금은 말 그대로 하늘로 치솟고(skyrocketing) 있습니다. 다우존스 지수는 8월 기준으로 35,000을 넘었습니다. 최저 7,000 수준이었던 2009년 대비 5배가량 올랐고요. 이처럼 자산시장의 끝없는 활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출처: 한국부동산원, 한국거래소, FRED

무섭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금융기관의 손실 가능성 분석이고, 취미는 금융위기 관련 책 읽기입니다. 그런데 자산 가격의 끝 모를 상승을 보고 있자니 이러다 또 한 번 시장 붕괴와 금융위기를 맞이하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오를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데, 이러다가 다시 큰 위기가 오는 것 아닐까.’

📌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 (S&P/Case-Shiller U.S. National Home Price Index)
미국 내 20개 주요 대도시의 단독 주택 가격을 지수화한 것. 칼 칩 케이스(Case) 웨슬리대 교수와 로버트 실러(Schiller) MIT 교수가 공동으로 만들었으며,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 오전 9시(미 동부 시각)에 두 달 전 수치를 발표한다.

그래서 1930년 세계 대공황 발발 전인 1920년대의 미국 경제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시기는 지금처럼 자산시장의 초호황기였기 때문이죠. 게다가 1920년대는 1918~19년 전 세계에 퍼져 수천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스페인독감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라디오, 자동차가 보편화되는 등 지금의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처럼 신기술로 인한 혁신이 일어났던 시기라, 사회·경제적으로 지금과 유사하죠.

현재는 과거와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지만, 유사한 양상을 띠기도 합니다. 따라서 과거의 사례는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데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고 생각해요. 이제, 100년 전으로 돌아가 봅시다.

끝 모르고 질주하던 1920년대 미국 자산시장과 경제

1918년 11월 연합국과 독일의 휴전협정 체결로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났습니다. 1차 세계대전의 최대 사망자수 2,500만 명의 3배에 가까운 7,0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스페인독감도 1920년부터 수그러들었습니다.

미국에 번영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세계대전으로 인해 피폐해졌던 유럽 대부분의 국가와 달리, 미국은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산 제품들이 유럽에 많이 수출되었고, 1억 명이 넘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했기에 미국 경제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1921년 최저 64 정도였던 다우존스 지수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1925년 100을 넘었고, 1927년 150, 1929년 9월에는 381로 6배 가까이 상승합니다.

주가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투자 저변도 확대됐습니다. 기존에 투자하던 부자뿐 아니라 전차 운전사, 재봉사, 이발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서민도 주식투자에 적극 나섰죠. 당시 신문과 잡지에는 주식투자로 부자가 된 각계각층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주 실리는 등 성공 사례가 넘쳐났습니다. 또한 1920년에 투표권을 갖고 사회에 활발히 진출하기 시작한 여성들 역시 적극적으로 주식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여성들은 미국 전체 부의 40% 이상을 소유했으며, 일일 주식 거래량 중 35%가 여성들의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유현금만으로 부족했던지 사람들은 돈을 빌려 주식을 샀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빚투’입니다. 마진론으로 불린 주식담보대출 잔액이 급증했고, 주식 거래를 하던 브로커들이 임시로 돈을 빌리던 단기 신용대출인 브로커론 규모도 매년 커졌습니다. 은행은 물론, 기업과 해외자본까지 ‘빚투’에 나선 사람들에게 단기 자금을 빌려주며 연 10%대의 높은 이자를 받았습니다.

📌 주식담보대출 (margin loan, margin lending)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식투자자가 저축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을 말한다. 대출한도와 대출이율은 각 금융사마다 다르다.

📌 브로커론 (broker’s loan)
증권업자가 고객에게 증권 매매자금을 지원해줄 목적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것.

이러한 주식시장 활황의 주역은 단연 기술 기업이었습니다. 그중 새로 보급된 라디오는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어놓았죠. 라디오를 통해 집에서 정치인의 연설을 듣거나,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1920년 최초의 라디오 방송국(KDKA)이 개국했고, 1922년부터 라디오가 크게 유행했습니다. 라디오 판매는 급증했고, 1921년 1.5달러에 불과했던 라디오 회사 RCA*의 주가는 1924년 67달러, 1927년 101달러를 넘어, 1929년에는 무려 574달러가 됩니다. 당시 라디오는 지금으로 치면 애플의 아이폰이었나 봅니다.
* RCA의 창업자 데이비드 사노프의 일대기는 이 기사를 참고하세요. – 저자 주

자동차 공급 또한 이 시기에 크게 증가합니다. 1919년 미국에서는 677만 대의 자동차가 운행 중이었는데요. 1929년에는 그 수가 2,300만 대를 넘습니다. 당시 약 1억~1억 2000만 명의 미국 인구를 감안하면 자동차 보유율이 7%에서 20%로 약 3배 증가한 셈이죠. 1927년 자동차 회사 포드(Ford)는 가격을 크게 낮춘 ‘모델 A(Model A)’를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했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자동차를 구입했습니다. 철도의 시대가 저물고 자동차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부동산 시장 또한 크게 흥했습니다. 뉴욕의 고층빌딩은 1920년대에 세워진 것들이 많았고*, 플로리다는 주택·토지 투기로 가격이 급상승했다가** 허리케인을 맞아 폭락하는 등 큰 홍역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 102층 규모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도 1920년대 말에 계획하여 1930년에 착공, 1932년 완공됐습니다. – 저자 주
** 부동산 투자 붐이 일기 전 플로리다 팜비치 어떤 지역의 토지 가격은 25만 달러였으나, 1925년에는 500만 달러로 20배 상승하기도 했어요. – 저자 주

이렇게 끝 모르고 질주하던 1920년대 미국 자산시장과 경제는 1929년 10월 주가 폭락과 연이은 정책 실패 등으로 인해 야기된 대공황으로 1930년대 내내 침체를 겪습니다. 주가지수는 1932년 최저 41포인트까지 하락하여 최고점이었던 1929년 383 대비 89% 폭락했고, 1925년부터 1930년까지 5% 이하였던 실업률은 1933년 25% 수준까지 급등했죠*.
* 코로나19 확산기의 최고 실업률 14.7%(2020년 4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최고 실업률 10.0%(2009년 10월)은 대공황 시기의 실업률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 저자 주

미국 GDP는 1929~1933년 사이 1/3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게다가 이 공황은 미국을 넘어 유럽까지 전염됐고, 히틀러의 나치, 일본 군국주의 발흥에 따른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는 비극의 단초가 됐죠. 산이 높았던 만큼 골도 깊었습니다.

△ 출처: Stooq.com, FRED, 연준이사회

만약 지금이 1920년대라면

지금이 1920년대라면, 우리는 이십몇 년쯤 와 있을까요? 주식시장이 활황이나 아직 더 큰 상승을 맛보기 전인 1927년 초일까요? 아니면 폭락을 눈앞에 둔 조마조마했던 1929년 말일까요? 물론 저는 예언자가 아닙니다. ‘지금은 몇 년이다!’라고 말씀드릴 수도 없고요. 다만 당시 상황과 지금 상황의 유사점, 그 유사한 상황의 진행 경과 등을 따져보아 대략 추정해 볼 순 있습니다.

먼저 주식시장 상황을 봅시다. 투자 저변은 연령과 성별 구분 없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그리고 ‘빚투’까지 만연해 있으니 적어도 지금은 주식 호황이 무르익었던 주식 시장과 마진 1920년대 후반과 유사하죠. 하지만 미 연준의 테이퍼링, 중국의 긴축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현명한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올랐으니 앞으로도 오르겠지’하는 막연한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던 광기의 1929년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다음으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대응을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1927년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의 통화정책을 돕기 위해, 금리(재할인율)를 2.5%까지 끌어내렸습니다*. 이를 계기로 주식시장이 더욱 과열되자, 연준은 1929년 8월, 6%까지 재할인율을 끌어올립니다.
* 당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금본위제를 알아야 하나, 이 글에서는 이해의 편의를 돕고자 설명을 생략했습니다. 또한 당시 연준은 재할인율을 조절해 통화정책을 실시했으나, 지금은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 Rate)를 활용합니다. – 저자 주

그러나 이때는 실물경기 침체가 이미 시작된 상황이라, 연준의 재할인율 인상이 경기 침체를 오히려 가속화했습니다. 마침 근거 없이 오르던 주가도 상승 탄력을 상실하고 하락 우려가 쌓이던 차에, 1929년 9월 19일 영국에서 클래런스 해트리(Clarence Hatry)가 운영하던 대기업 집단인 해트리 그룹이 과다 부채 등의 이유로 파산했죠. 런던 증시가 크게 하락했고, 영란은행은 파운드화의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재할인율을 끌어올렸습니다. 그 결과 미국에 투자된 영국 자금이 이탈했고, 미국 주식시장도 하락세로 돌아서게 됩니다. 그로부터 1개월 뒤 미국 주식시장은 대폭락을 겪었고요.

일본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일본은행은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 이후, 5.0%였던 재할인율을 1987년 초 2.5% 수준까지 낮추어 경기를 부양했어요. 그러자 닛케이지수가 1985년 말 13,083포인트에서 1989년 12월 29일 38,915 포인트까지 올랐고, 이제는 주식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1990년 8월까지 재할인율을 6.0%까지 올립니다. 이후 닛케이지수는 20,000포인트를 하회하는 등 폭락했고, 여러 경기 부양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기침체에 빠집니다.

📌 할인율
어음(기업들이 판매 미수금 등을 몇 개월 있다가 받을 수 있는 권리)을 은행에 줘서 현금으로 바꿀 때, 은행이 받는 수수료율.

📌 재할인율
급히 유동성이 필요한 은행이 이 어음을 다시 중앙은행에 가지고 가서 현금화할 때, 중앙은행이 은행에게서 받는 수수료율. 이는 과거 중앙은행의 금리조절 수단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중앙은행이 1~2년 사이 2~3%p의 금리인상을 할 만큼* 긴급한 상황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미 연준은 국채 등의 자산매입부터 조금씩 축소한 후, 추후에 금리를 서서히 올리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8월에 0.25% 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하였으나, 향후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은 가계부채 문제도 있어서 급격한 금리인상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따라서 연준 등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는 등의 이유로 1929년 10월과 같은 주가 대폭락이 일어나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 이 정도면 굉장히 빠르고 큰 폭의 상승입니다. – 저자 주

금융기관 등의 상황을 살펴보면, 1920년대에 미국은 소규모 은행이긴 했지만 이미 은행 파산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1930년대에는 은행 파산이 급증했고요. 또한 1931년 5월에는 오스트리아의 대형 은행인 크레디트안슈탈트(Credit-Anstalt)가 파산하는 등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심화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은행에 예금을 맡겨두었다가는 돈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에 떨었고, 앞다투어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해가는 뱅크런이 연달아 발생했죠.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 공급이 감소했고, 이것이 경기침체를 일으켰습니다.

한편 지금은 금융기관의 연쇄 파산 조짐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공황 같은 경제위기가 임박한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코로나19 지속으로 인해 자영업자 등 금융취약계층의 대출상환능력이 약화되고 있는 점, 서민금융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의 대위변제 규모가 커지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앞으로 금융기관의 부실 문제가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 테이퍼링 (tapering)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 정책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가는 것. 출구전략의 일종으로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미 연준 의장이 언급하면서 유명한 말이 됐다. 테이퍼링의 원 뜻은 ‘점점 가늘어지다’, ‘끝이 뾰족해지다’.

📌 플라자 합의 (Plaza Accord)
1985년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G5) 재무장관이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해 미 달러를 일본 엔과 독일 마르크에 대해 절하시키기로 합의한 것.

📌 대위변제
은행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국민을 대신하여 보증기관(주로 공공기관)이 국민들의 부채를 은행에 대신 갚아주는 것.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을 통해 현 상황을 진단할 수 있겠죠.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주식시장, 통화정책, 금융기관 건전성 등을 생각해 보면 지금이 대공황과 같은 주가 폭락과 금융위기의 입구에 서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호황을 앞두고 있는 기다림의 시기냐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코로나19 종식 여부, 미 연준의 통화정책 추이, 기후변화, 신기술 개발 등 미래 주요 변수의 방향과 리스크를 잘 헤아려 투자, 일자리 선택 등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재앙은 종종 예상 밖의 일에서 시작합니다. 2019년 말 중국 우한시에 폐렴이 번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2020년 3월의 주식시장 폭락을 예상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 뒤의 주식시장 폭등을 예상하기는 더 어려웠고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재무부 장관이었던 티모시 가이트너는 이렇게 충고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위기는 대부분 상상력의 실패였다. 모든 위기가 그러하다. (중략) 다만, 우리는 놀랄 만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더욱 강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 티모시 가이트너,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과거에 견주어 보건대, 주식을 비롯한 자산시장은 우리에게 놀랄 만한 재앙이나 새로운 호황을 예언하지 않습니다. 예상되는 위험은 위험이 아니듯, 위험은 우리의 예상 밖 어딘가에서 놀랄 만한 일과 함께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우리의 경제활동 및 투자에 대해서도 강력한 대비책을 생각해볼 때입니다.

참고자료

단행본
니얼 퍼거슨, 《금융의 지배(THE ASCENT OF MONEY: A Financial History of the World)》, 민음사, 2010
벤 S. 버냉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THE FEDERAL RESERVE AND THE FINANCIAL CRISIS)》, 미지북스, 2014
리아콰트 아메드, 《금융의 제왕(LORDS OF FINANCE)》, 다른세상, 2010
에드워드 챈들러, 《금융투기의 역사(DEVIL TAKE THE HINDMOST)》, 국일증권경제연구소, 2001
찰스 P. 킨들버거 & 로버트 Z. 알리버,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Manias, Panics and Crashes : A History of Financial Crisis)》, 굿모닝북스, 2006, 초판
찰스 P. 킨들버거, 《대공황의 세계 1929-1939(The World in Depression 1929-1939)》, 굿모닝북스, 2018
티모시 가이트너,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인빅투스, 2015
프레드릭 L. 알렌, 《원더풀 아메리카(Only Yesterday)》, 앨피, 2006
유재수, 《다모클레스의 칼 금융위기:탐욕, 망각 그리고 몰락의 역사》, 삼성경제연구소, 2015
차현진, 《숫자없는 경제학 인물·철학·열정이 만든 금융의 역사》, 인물과사상사, 2011

논문 및 보고서
김동길, < 하락의 추억, 침체에 대한 회고:일본 주택시장 장기침체 원인 분석 및 한국 주택시장 시사점 검토 >,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 리서치 통권 제2호, 2018
연준이사회(Federal Reserve System Board of Governors), < Bank Suspensions, 1892 – 1935 >, FRB, 1936

Edit 손현 Graphic 김예샘, 박세희

토스피드 외부 기고는 외부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 외부 기고는 토스팀의 블로그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피드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섣불리 들어갔다 피눈물···서학 개미의 주식 도박장, 뭐길래[민지리뷰]

민지리뷰는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합니다.

“땡땡땡” 개장 시간이 되면 ‘로빈후드’ 앱에서 울리는 소리입니다. 주식 시장보다는 레슬링 시합이나 카지노에서 더 어울릴 만한 소리죠.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서비스 로빈후드는 주식 투자를 새롭게 해석하면서 MZ세대 사용자들의 큰 호응을 끌어냈습니다. MZ세대에게 재테크와 동시에 게임과도 같은 재미를 가져다줬거든요. 그런데 지금 로빈후드는 여러 부정적 이슈를 만들어내며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로빈후드의 실사용자인 민지크루가 리뷰를 통해 이를 생생하게 짚어봤습니다.

2000만 명이상의 미국인이 사용하는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는

2000만 명이상의 미국인이 사용하는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는 '의적'을 의미하는 이름과는 정반대의 행보로 개인 투자자를 울리고 있다. 이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민지크루 정혜령씨의 리뷰로 로빈후드를 들여다봤다. [사진 정혜령]

로빈후드는 미국의 온라인 투자 플랫폼으로, 모두가 금융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합니다. 주력 서비스는 주식 투자입니다. 모바일 앱을 통해 손쉽게 종목별 주가·정보를 검색하고 매매를 할 수 있어요. 거래 수수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고빈도 매매를 하는 데이트레이더에게도 부담이 덜어지죠. 그 외에도 파생상품·암호화폐에도 투자할 수 있고, 최근에는 체크카드 기능도 제공하고 있어요.

2016~2018년 미국 유학 시절에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던 친구에게 추천받았어요. 앱 화면을 보여줬는데, 직관적이고 단순한 화면 구성에 바로 마음을 빼앗겼어요. 미국 국적이 없어도 미국 사회보장번호만 있어도 가입이 가능하다는 말에, 홀린 듯이 바로 가입했어요. 그 전엔 주식투자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고, 인식도 그리 좋지도 않았어요. 학부생 시절 세계 금융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주식이라 하면 ‘개인은 절대 이익을 볼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무엇보다 빨강·파란색의 양봉과 음봉이 어지럽게 얽혀 있는 주가 차트를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로빈후드는 바로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처음 주식 투자를 접하는 사람이어도 이해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로 쉽고 직관적으로 구성돼 있었기 때문이죠. 첫 화면에서 원하는 기간을 선택해서 투자 수익 현황을 확인하고, 은행 계좌와 연동해서 입출금할 수 있고, 주식 종목을 선택해서 원하는 정보를 본 다음에 매매할 수 있어요. 그 외에도 시황과 관련된 소식과 저의 계좌 상황에 대한 업데이트를 수시로 알려주니, 주식 투자에 빠져든 것은 말 그대로 시간문제였어요.

미국 무료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사진 연합뉴스]

미국 무료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사진 연합뉴스]

개별 종목을 검색하면 첫 화면에서 주가 그래프를 볼 수 있다. 사진은 애플(왼쪽) 과 아마존의 주가로, 초록색과 빨간색 그래프를 통해 주가 변동을 직관적으로 알아챌 수 있게 했다. [사진 정혜령, 로빈후드]

개별 종목을 검색하면 첫 화면에서 주가 그래프를 볼 수 있다. 사진은 애플(왼쪽) 과 아마존의 주가로, 초록색과 빨간색 그래프를 통해 주가 변동을 직관적으로 알아챌 수 있게 했다. [사진 정혜령, 로빈후드]

로빈후드는 특정 주식에 투자한 다른 사용자들이 많이 투자한 또 다른 종목에는 무엇이 있는지도 보여준다. 이 화면에서는 애플에 투자한 다른 사람들이 마이크로소프트와 테슬라에 많이 투자했다고 알려주고 있다. [사진 정혜령, 로빈후드]

로빈후드는 특정 주식에 투자한 다른 사용자들이 많이 투자한 또 다른 종목에는 무엇이 있는지도 보여준다. 이 화면에서는 애플에 투자한 다른 사람들이 마이크로소프트와 테슬라에 많이 투자했다고 알려주고 있다. [사진 정혜령, 로빈후드]

로빈후드는 수수료가 없다는 점과 뛰어난 사용성을 기반으로 개인 투자자들을 모객한 다음,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정보를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에게 판매해 수익을 창출해요.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 정보를 제3자 기업에 판매하는 형태로 이익을 얻는 구조죠. 결과적으로 로빈후드가 개인투자자를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개인 투자자는 주식 시장에서 가장 약자예요. 기업에 대한 정보도 없고, 차트 분석 능력도 없어요. 그러다 보니 ‘개미 털기’란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의 희생양이 되기도 하고, 또 아무 정보 없이 악재가 있는 기업에 투자했다가 고점에서 물려서 몇 년 동안이나 고생하기도 해요. 그런데 로빈후드는 그런 개인 투자자들의 정보를 제3자 기업에 제공해 그들이 매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요. 제3자 기업은 개인 투자자들의 흐름을 보고 더욱 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되죠. 로빈후드는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부자들의 금고를 털어서 사회적 평등을 실천한 의적의 상징이지만, 같은 이름을 쓰면서도 매우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겁니다. 겉으로는 금융을 잘 모르는 서민의 금융 거래를 쉽게 만들어준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서민들의 금융 정보를 이용해서 자신과 증권사의 배를 불리고 있어요.

수익 모델이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고위험·고빈도 매매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어요. 다른 증권사의 모바일 거래 플랫폼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쉽고 직관적인 디자인은 로빈후드의 장점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식 거래를 지나치게 게임처럼 가볍게 인식하게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요. 실제로 로빈후드를 하다 보면 주식 거래보다는 도박장에 더 가까운 디자인 요소들이 많아요. 예를 들면 주식 개장 시간에 맞춰 울리는 종소리, 매매 체결 시에 나타나는 축하 메시지, 초록색과 빨간색의 강렬한 색채 사용 등이요. 또 그 날의 급등주, 급락주를 눈에 띄게 배치하기 때문에 투자가 아닌 매매를 장려하는 듯한 환경을 조성해요. 게다가 옵션이나 마진 거래 등의 고위험 매매를 매우 쉽게 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춰놔서, 초보 투자자가 섣부르게 도전했다가 피눈물을 흘리는 사태가 많이 발생해요.

고빈도 매매를 하는 데일리 무버(데일리 트레이더)에게 유용할 만한 당일 급등·급락 주식을 모아서 보여주고 있다. [사진 정혜령, 로빈후드]

고빈도 매매를 하는 데일리 무버(데일리 트레이더)에게 유용할 만한 당일 급등·급락 주식을 모아서 보여주고 있다. [사진 정혜령, 로빈후드]

미국 주식 커뮤니티인 ‘레딧’에서 고위험 투자자들이 모여있는 ‘월스트릿벳츠’ 채널에 올라온 로빈후드 사용자의 손실 인증이다. 로빈후드를 통해 파생상품 매매를 했다가 1만6000달러(약 1880만원)가 넘는 손실을 보게 될 위험에 처했다는 내용이다. [사진 정혜령, 레딧]

미국 주식 커뮤니티인 ‘레딧’에서 고위험 투자자들이 모여있는 ‘월스트릿벳츠’ 채널에 올라온 로빈후드 사용자의 손실 인증이다. 로빈후드를 통해 파생상품 매매를 했다가 1만6000달러(약 1880만원)가 넘는 손실을 보게 될 위험에 처했다는 내용이다. [사진 정혜령, 레딧]

올해 초 ‘게임스탑’ 주식 매매 중단 사건을 통해서 이들의 민낯을 생생하게 느꼈어요. 게임스탑은 MZ세대 미국인들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기업이에요. 최근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기업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그런데 헤지펀드나 대형 증권사들이 과도하게 공매도를 진행했고, 이를 미국 주식 커뮤니티 레딧의 한 투자자가 분석해서 공유하면서 많은 개인 투자자가 분노하며 게임스탑 주식을 매수했어요. 공매도를 한 기관들이 눈에 띄게 당황할 정도로 게임스탑 주식을 매수하고 인증하는 일이 밈처럼 번졌고, 게임스탑 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갔죠. 개인 투자자가 처음으로 월가의 기관에 맞서 승리를 거두는 위대한 순간인 것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로빈후드가 게임스탑 주식 거래를 막았어요. 이때 저는 로빈후드에 크게 실망했어요. 게임스탑 주식 매매 중단 사건이 벌어졌을 때, 저 역시 조금이라도 개인 투자자의 승리에 도움이 되고자 소액이지만 게임스탑 주식을 매수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개장을 앞두고 갑자기 로빈후드 사용자들이 주식 거래가 안 된다며 글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다들 ‘설마 그럴리가’하며 믿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정말 로빈후드를 통한 게임스탑 주식 거래는 중단됐죠. 그 결과 상당량의 공매도 거래가 상환되었고 게임스탑 주가는 추락했어요. 저는 그때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상당 부분 잃게 되었어요. 결국 개인 투자자는 어떤 수를 써도 기관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제는 웬만하면 개별 주식은 매수하지 않는 방향으로 투자하고 있어요.

사용은 해요. 단 주식 매매는 국내 증권사 앱을 사용하면서, 로빈후드를 통해 시장 상황이나 개별 주식의 주가, 혹은 암호화폐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있어요. 실망감도 컸고, 또 한국에 돌아온 뒤 접속은 할 수 있지만 미국 영주권·시민권이 없어 해외에서 미국 주식 거래를 할 수 없거든요.

주신관련 정보 제공 측면에서는 10점 만점에 7점을 주고 싶습니다. 로빈후드만큼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해서 만든 서비스를 아직 보지 못했어요. 이곳을 통해 처음으로 주식 투자가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 내에 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어요. 그 후로는 활발하게 주식 매매를 하면서 때로는 잃고 때로는 얻기도 하면서 점점 나름의 주식투자 방식을 찾아 나갈 수 있게 되었죠.

직접 주식 분류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해요. 이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게 되는 핵심 원동력이 바로 여기에서 나옵니다. 내가 정말 필요하고 원하는 정보만 모아서 볼 수 있게 도와주거든요. 제가 알기로 오직 이곳에서만 사용자가 직접 관심 종목을 선택해서 제가 원하는 형태로 분류하고 이를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지속해서 주식 종목을 모니터링하면서 어느 시점에 투자하면 좋을지 판단해야 하는 주식 투자자들에게 필수적인 기능이죠.

직접 만들어서 관리하는 주식 종목 리스트다. 암호화폐와 현재 투자 중인 종목, 특별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종목, 예전에 투자했다가 지금은 보유하고 있지 않은 종목, 약간의 관심을 가진 종목 이렇게 5개의 목록을 만들었고, 아이콘도 직접 선택했다. [사진 정혜령, 로빈후드]

직접 만들어서 관리하는 주식 종목 리스트다. 암호화폐와 현재 투자 중인 종목, 특별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종목, 예전에 투자했다가 지금은 보유하고 있지 않은 종목, 약간의 관심을 가진 종목 이렇게 5개의 목록을 만들었고, 아이콘도 직접 선택했다. [사진 정혜령, 로빈후드]

처음으로 주식을 시작한 개인투자자라면 상위 인기 종목 100개를 보면서 시작하면 돼요. 저 역시도 이 목록을 보면서 처음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어요. 어느 정도 주식에 대해 공부가 된 상태라서 투자를 원하는 분야가 있다면 기술주, 에너지주, 소비재주 등 다양한 분야의 주식을 묶어서 보여줘요. 그 외에도 상장주, 중국주식, ETF 등 주식의 특정한 상황에 따라서도 분류해서 보여줘요. 단기적인 차익 실현을 원하는 투자자들을 위해 매일 상승과 하락 폭이 큰 종목들을 보여주기도 해요.

또 다른 장점은 그래프와 색채예요. 특히 그래프는 로빈후드의 시작과 끝입니다. 주가는 물론이고 내 자산 상황까지도 그래프를 통해 보여주는데, 약간 과장하자면 숫자를 읽을 줄 모르더라도 그래프만 보고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요. 주식 투자의 기본처럼 여겨지는 캔들 차트 대신 선 그래프를 사용해 5분 단위로 해당 시점의 주가를 선으로 연결해 보여줘요. 현재 시점에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주가는 선이 움직이고 점이 깜빡거리면서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여요. 그래프 색상도 전일 종가 대비 상승이면 초록색, 하락이면 빨간색으로 변화합니다. 한국 주식 시장과는 반대죠.

안타깝게도 로빈후드에 비교하면 국내의 주식 매매 관련 서비스는 사용자 편의성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에요. 오죽하면 제가 아직 로빈후드를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겠어요.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 앱의 경우, 주식 매매를 하려면 어떤 메뉴에 들어가서 어떤 주식 종목에 투자하고 싶은지를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찾아야만 해요. 주식 종목을 검색하면 호가 및 주문 현황이 먼저 보이기 때문에 주가 추세를 한눈에 파악하기가 어려워요. 주가 차트 화면이 숨겨져 있어서 저도 이곳저곳을 눌러 보고 나서야 겨우 발견할 수 있었어요. 차트는 캔들 차트, 5일선·20일·60일선·120일선과 거래량이 함께 표시되기 때문에 차트를 보는 방법을 알아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요.

국내 한 증권사의 앱 화면. 종목을 검색하면 호가 및 주문 현황이 먼저 보인다. 차트는 한 단계 더 들어가야 볼 수 있는데, 로빈후드가 첫 화면부터 이 주식이 어떤 흐름을 타고 있는지 주가 변동 상황을 직관적으로 알기 힘들다. [사진 정혜령]

국내 한 증권사의 앱 화면. 종목을 검색하면 호가 및 주문 현황이 먼저 보인다. 차트는 한 단계 더 들어가야 볼 수 있는데, 로빈후드가 첫 화면부터 이 주식이 어떤 흐름을 타고 있는지 주가 변동 상황을 직관적으로 알기 힘들다. [사진 정혜령]

최근 사용성에 집중한 서비스들이 보여요. MZ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토스 증권’이 대표적이라 생각해요. 먼저 로빈후드와 유사하게 다양한 주식 분류를 제공해요. ‘구매 Top 100’ ‘수익률 Top 100’ 등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활용한 분류도 있고, ‘만원으로 가능한 주식’ ‘5만원으로 가능한 주식’ ‘비싼 주식’ 등 주가를 활용한 분류도 있어요. 주가 현황을 캔들 차트가 아닌 선 그래프로 보여주고, 전일 종가 대비 상승인 경우 붉은색, 하락인 경우 푸른색으로 표기하는 점도 로빈후드와 유사해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로빈후드보다 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로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된 것 같은 두려움)을 부추기기도 해요. 예를 들어 ‘만약 1달 전에 알았더라면’이라는 목록을 통해 1달 전에 특정 분야에 투자했을 경우에 현재 수익률이 얼마나 됐을지를 보여주거든요. 예를 들어 제가 한 달 전에 스마트폰 MLCC 제조사 주식에 투자했다면 현재까지의 기대수익률이 20%였을 거라고 친절하게 알려줘요. 이걸 보는 순간 저의 처참한 주식 계좌가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가면서 ‘그동안 뭐 했나’하는 자괴감에 빠지게 될 수 있어요.

토스 증권의 개별종목 주가 그래프. 로빈후드와 유사하게 선 그래프이고, 전일 대비 상승했으면 붉은색, 하락했으면 푸른색으로 표시한다. [사진 정혜령, 토스 증권]

토스 증권의 개별종목 주가 그래프. 로빈후드와 유사하게 선 그래프이고, 전일 대비 상승했으면 붉은색, 하락했으면 푸른색으로 표시한다. [사진 정혜령, 토스 증권]

토스 증권의 ‘만일 1달 전에 알았더라면’ 항목을 통해 만일 한 달 전에 스마트폰 MLCC 제조사 주식에 투자했다면 현재까지의 기대수익률이 20%였을 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 정혜령, 토스 증권]

토스 증권의 ‘만일 1달 전에 알았더라면’ 항목을 통해 만일 한 달 전에 스마트폰 MLCC 제조사 주식에 투자했다면 현재까지의 기대수익률이 20%였을 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 정혜령, 토스 증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로빈후드 서비스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아요. 로빈후드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미국 사회보장번호와 미국 내 거주지 주소가 있어야 하거든요. 국내에선 최근에 생긴 ‘로빈후드 스낵스’ 서비스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웹사이트에서 이메일 주소만으로 신청해, 주식시장과 관련된 소식을 이메일로 바로 받아볼 수 있는 뉴스레터랍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2000만 명 이상의 미국 개인투자자가 이용하는 로빈후드에서 제공하는 정보이니 미국 주식에 관심이 주식 시장과 마진 많은 투자자라면 이용해볼 만한 서비스라고 생각됩니다.

KBS 뉴스

뉴스 9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 발표후 주식시장 진정국면

입력 1999.07.26 (21:00)

다음 소식입니다. 정부의 이른바 대우대책이 나오면서 시중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금융시장이 차츰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식시장 만큼은 여전히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주가가 오늘도 30포인트 이상 떨어졌습니다.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 발표후 첫 날인 오늘 주식시장은 급등락을 거듭한 끝에 종합주가지수 872.94로 마감됐습니다. 지난 주말 보다 32.02포인트나 떨어진 것입니다. 대우채권단이 대우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 때 900선까지 올랐었던 주가가 30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은 시장이 아직 정부대책에 확신을 갖지 못한 때문입니다.

⊙ 나민호 팀장 (대신증권 투자정보팀) :

정부의 강력한 금융안정대책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가와 일반 투자가들은 아직까지 냉각된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지난주 하루 2천억 원대의 주식을 팔아 넘긴 외국인들은 오늘도 1,540억원어치를 매도했습니다. 투자심리가 위축된 주식시장과는 달리 채권시장은 안정세를 회복했습니다.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이 지난 주말 9.5%에서 9.26%로 떨어졌고 환율은 1,208원 50전으로 보합세를 유지했습니다.

⊙ 임찬익 팀장 (한화증권 채권영업팀) :

투신사 유동성 부족분을 충분히 공급하겠다는 한국은행의 의지에 따라 자금시장의 불안감이 다소 완화된 데 따른 것으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은 오늘 하락세를 보인 주가는 동남아 증시가 일제히 내림세였다는 점을 들어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말하고 금리와 환율이 내림세로 돌아서 금융시장은 안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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