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비용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시장이 가장 효율적인 자원분배의 메커니즘은 아니라는 코스(Ronald Coase)의 고전적인 논의를 기초로 월리엄슨(Oliver Williamson) 등은 이러한 비용이 야기한 여러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경제학의 한 분야로서 확립하였다. 이것을 거래비용의 경제학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거래비용이란 계약의 교섭이나 체결에 소요되는 사전적인 비용과 합의된 계약의 이행을 세이프가드(safeguard)하기 위한 비용, 재해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어려워지게 된 경우의 조정비용, 분쟁해결비용 등 사후적인 것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거래비용의 경제학에 있어서 중심적인 명제는 합리적인 행위자들은 다양한 거래비용을 축소하려고 하고 기업과 같이 수직적으로 통합된 구조(거버넌스 구조)를 갖는 관계를 자발적으로 설립한다는 것이다. 이 견해는 정보의 경제학과 함께 정치학에 영향을 미쳐 1980년대 이후 신제도 이론의 확립에 크게 공헌하였다. 예를 들면 이 이론을 정치학에 획기적으로 응용한 것은 와인개스트(Barry Weingast)와 마샬(William Marshall)의 논문인데 여기에서 미국 의회는 마치 월리엄슨의 기업과 같이 의회 내에서 각 의원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데 있어서 거래비용을 축소화시키는 메커니즘으로 그려져 있다. 즉, 위원회제, 각 위원회가 갖는 독점적인 결정권, 이른바 일괄 법안의 다용(多用)이라는 미국 의회의 조직적 형식구조나 그 행동 패턴은 선거구 목표의 이익을 추구하고 재선을 목표로 하는 의원들간에 이루어지는 ‘투표 교환(vote trading)’을 보다 효율적으로 실현하는 메커니즘으로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에 국제관계이론에 있어서 코헤인(Robert O. Keohane)에 대표되는 네오리버럴 인스티튜셔널리즘(neo-liberal institutionalism)은 국제기구나 제도가 일정의 역할을 함으로써 아나키한 국제시스템 하에서도 국가간의 협조가 실현된다는 주장을 전개하였지만 여기에도 거래비용의 경제학에서의 지견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1) 의의 : 대리이론을 조직이론에 적용한 것으로서 조직안팎의 모든 거래관계 (소유자와 관리자, 관리자와 부하, 공급자와 생산자 등)을 분석한 Williamson(1975)의 이론으로 ‘거래비용의 최소화’가 조직구조 효율성의 관건이 된다. 거래비용이란 통제비용, 거래관계유지비용, 정보비용, 대체비용 등 경제적 교환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의미
2) 조직의 효율성 조건 : 시장이 관료제적 조직보다 효율적이려면, 시장실패를 치유하는데 소요되는 거래비용이 조직이 내부적으로 합리성 제고, 기회주의 희석, 불확실성을 제고하는데 소요되는 관료제적 조정비용보다 적어야 함. 시장실패를 치료하기 위한 거래비용 시장에서의 거래비용이 관료제적 조정비용보다 크면 거래비용의 최소화를 위하여 거래의 내부화, 즉 조직통합이 더 효율적이라는 이론으로 거대조직이나 계서제적 조직구조의 출현원인을 거래비용의 최소화에서 찾고 있다.
거래비용경제학은 거래비용차원에서 시장과 관료제(위계)조직의 우수성을 비교하고 있는데, 다원화된 시장이 단일중추의 관료제적 조직보다 효율적이려면, 시장실패를 치유하는데 소요되는 거래비용 거래비용이 관료제조직이 내부적으로 합리성 제고, 기회주의 희석, 불확실성을 제고하는데 소요되는 관료제적 조정비용보다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시장에서의 거래비용이 관료제적 조정비용보다 크면 거래비용의 최소화를 위하여 거래의 내부화, 즉 내부조직화(조직통합)가 이루어진다는 이론이다.
Williamson은 거래비용을 증가시키는 시장실패의 원인으로 인간적 요인(Simon의 제한된 합리성, 기회주의)과 환경적 요인(불확실성, 소수자에 의한 불완전경쟁) 두 가지를 들고 있다. 이러한 두가지 요인에다 자산의 특정성(자산의 이전불가능성) 및 정보의 편재성(정보격차)의 특수한 결합이 시장을 통한 거래관계를 힘들게 만들거나 불필요하게 하므로 이에 대한 대체방법으로 내부조직(관료제)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산의 특정성 또는 전속성(asset specificity)이란 자신의 자산이 다른 조직에서는 효용이 없다는 이전불가능성으로서 자산의 특정성이 높을수록 굳이 다른 조직과의 거래가 불필요하므로 내부조직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 거래비용의 종류 >: 거래관계를 유지하는데 소요되는 모든 비용
- 사전비용 : 거래조건 합의사항 작성비용, 협상이행을 보장하는 비용, 상품의 품질측정비용, 정보이용비용 등
- 사후비용 : 계약조건이행협력에서 발생하는 부적합조정비용, 이행비용, 감시비용, 사후협상비용, 분쟁조정관련비용, 계약이행보증비용 등
3) M형 조직 : 이러한 논리에 의하여 Williamson은 ‘조직내 거래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효율적인 조직형태로서 ‘M형조직 (Multi-divisionalized Organization)’을 제시
고전 경제학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결정되고 거래가 이뤄진다고 가정했습니다 . 하지만 현실에서 시장 거래는 그렇게 쉽게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 삼성경제연구소 박준 수석연구원은 성냥팔이 소녀 사례로 이런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
성냥팔이 소녀가 살았을 당시에는 라이터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냥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 이처럼 공급과 수요가 있었지만 현실에서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고 소녀는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경제학적 이유는 바로 ‘ 거래비용 (transaction cost)’ 때문입니다 . 거래 비용은 성냥의 가격이 아니라 성냥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비용을 의미합니다 . 거래 상대방을 탐색하는 비용 , 거래 상대방과 협상하는 비용 , 거래가 이뤄진 후 거래 내용을 실제로 이행하게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모두 여기에 포함됩니다 . 성냥팔이 소녀는 거래 상대를 찾지 못해 비극을 경험하고 말았습니다 . 이런 비용이 많아지면 기업들은 ‘ 시장 거래 (buy)’ 를 포기하고 해당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 내부화 (make)’ 결정을 하게 된다는 거래비용 이론은 사회과학 연구의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습니다 .
시장경제의 근간인 거래를 가로막는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 전통적으로 유통업 , 금융업 등이 거래비용을 줄이면서 거대한 시장을 창출한 사례입니다 . 최근 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공유경제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낯선 이와의 거래를 쉽고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전통적인 사업 모델을 붕괴시키고 있습니다 .
거래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무엇일까요 . 단연 신뢰를 꼽을 수 있습니다 . 상대방을 믿을 수 있다면 협상 및 거래 이행과 관련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 새로운 고객을 소개해줘서 거래 상대방을 탐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감소합니다 . 영민한 플랫폼 비즈니스 설계자들은 온라인이나 모바일 기술을 활용해 거래 상대방 탐색 , 거래조건 협상 , 거래 이행 등의 절차를 기막히게 설계하면서 신뢰성을 극대화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
영업도 마찬가지입니다 . 영업의 전설들이 전하는 노하우도 고객의 마음을 얻는 신뢰감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강조합니다 . 예를 들어 보통 보험가입 절차를 마무리하면 갑과 을이 뒤바뀝니다 . 그전까지 간이라도 내줄 것 같던 영업사원은 보험증권을 전달하고 나서 고객과 관계가 소원해지는 게 보통입니다 . 그런데 이번 스페셜 리포트 인터뷰 코너에서 노하우를 밝힌 보험 영업의 달인은 보험증권을 전달하면서 금으로 만든 명함을 주며 항상 지니고 다니다가 언제든지 일이 생기면 연락을 달라고 말한다는군요 . 고객에게 보험 상품의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면서 마음을 얻는 전략입니다 . 이런 과정을 통해 거래비용이 사라지고 신뢰가 형성되며 지인을 소개해줘 새로운 고객도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다고 합니다 .
경제가 어려워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향후 영업의 중요성이 더욱 부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 특히 고객 경험이 부상하는 시대에 영업사원들의 역량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 잃어버린 20 년으로 불리는 극심한 경기불황을 극복하고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도요타의 핵심 경쟁력이 사실 영업에 있다는 코너의 기사도 이런 점을 잘 보여줍니다 . 이번 스페셜 리포트는 영업의 핵심 자산인 신뢰를 무기로 한 영업 노하우를 집약했습니다 .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토대로 불황과 저성장을 돌파하기 위한 영업력 강화 솔루션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
시장 경제의 장점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신자유주의 (Neo-Liberalism) 가 글로벌 정치 경제를 휩쓸기 시작한 지난 20 여 년간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앞다투어 조직 내부의 기능 , 역량 , 사업 등을 최대한 많이 외부에서 아웃소싱 (out-sourcing) 하거나 스핀오프 (spin-off) 해 왔다 . 되도록 많은 기능 , 역량 , 사업을 조직 외부의 시장에서 조달할 때가 , 이를 조직 내부에서 직접 수행할 때보다 언제나 우월한 결과를 낳을까 ? 항상 그렇지는 않다 .
그렇다면 언제 조직 외부의 시장 메커니즘에 의존하던 기능 , 역량 , 사업을 조직 내부로 가져와야 할까 ? 또 언제 이를 내부에서 외부로 내보내야 할까 ? 과연 인수합병 (M&A), 수직계열화 , 스핀오프 , 아웃소싱 , 전략적 제휴의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 ? 이런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내리기 위해 CEO 들이 정확하게 이해해야 할 사안이 바로 ‘ 효율적 조직 경계 설계 ’ 다 .
CEO 들이 가장 어려운 의사결정으로 꼽는 전략적 문제를 보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항상 M&A, 수직계열화 , 스핀오프 , 아웃소싱 , 전략적 제휴 등이 등장한다 . 언뜻 직접적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의사결정들은 모두 조직 경계 설계의 문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 따라서 이런 의사결정을 할 때는 반드시 ‘ 효율적 조직 경계 (efficient organizational boundary) 설계 ’ 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 하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영자들은 이에 관한 명확한 의사결정 기준 , 지식 ,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 않다 .
윌리엄슨 교수의 거래 비용 경제학
효율적 조직 경계 설계 연구에 획기적 전환점을 가져온 이론은 바로 작년 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UC 버클리대의 올리버 윌리엄슨 (Oliver E. Williamson) 교수의 ‘ 거래 비용 경제학 (Transaction Cost Economics)’ 이다 . 윌리엄슨 교수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지만 박사 학위를 받을 때 경제학이 아니라 필자와 같은 거시 조직 이론을 전공했다 . 그가 미국 카네기멜론대 ( 당시 이름은 카네기공과대 ) 경영대학의 박사 과정에 재학할 때 그의 지도 교수 및 논문 심사위원들은 조직 이론계의 전설적 거장인 제임스 마치 (James G. March), 허버트 사이몬 (Herbert Simon), 리처드 사이어트 (Richard Cyert) 교수들이었다 .
이런 독특한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윌리엄슨 교수는 조직 이론 , 경제학 , 법학 등을 절묘하게 통합한 거래 비용 경제학을 통해 조직 경계와 기업 지배구조 연구에 획기적 전기를 제공했다 . 윌리엄슨 교수의 거래 비용 경제학은 1970 년대 중반에서 현재까지 이르는 40 년 가까운 기간 모든 사회과학 분야를 통틀어 가장 폭넓은 영향을 끼쳤으며 , 많은 논란을 가져온 이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거래 비용 경제학은 경영학의 조직 이론은 물론 , 전략경영 , 마케팅 , 오퍼레이션관리 , 경제학 , 사회학 , 법학 , 정치학 , 역사학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
윌리엄슨 교수는 그의 거래 비용 경제학에서 시장과 조직은 둘 다 경영 활동을 수행하는 방법이며 , 서로가 서로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즉 동일한 경영 활동을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조직 외부에서 수행할 수도 있고 , 반대로 조직 메커니즘을 거래비용 통해 조직 내부에서 수행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 특정한 기능이나 역량 , 사업 또는 부품이 필요할 때 , 이를 조달하는 방법은 시장 거래를 통해 다른 기업에서 사올 수도 있고 , 반대로 조직 내부에서 직접 만들 수도 있다 . 앞서 예시한 M&A, 전략적 제휴 , 수직계열화 , 스핀오프 , 아웃소싱의 문제는 모두 특정 경영 활동을 시장을 통해 수행할지 , 아니면 조직을 통해 수행할지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방법론이다 .
시장과 조직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냐는 의사결정에 따라 조직 경계도 변화한다 . 즉 되도록 많은 경영 활동을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수행할수록 조직의 경계는 좁아지고 , 반대로 되도록 많은 경영 활동을 조직 내부에서 수행할수록 조직의 경계는 넓어진다 . 그렇다면 시장과 조직 중 어느 편을 선택하는 게 성과와 경쟁력 면에서 우월한 결과를 낳을까 ? 정답은 없다 . 윌리엄슨 교수는 시장과 조직이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 따라서 각 거래의 성격에 따라 시장과 조직을 적절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그렇다면 시장과 조직은 각각 어떤 장단점을 지니고 있을까 ? 시장의 핵심 원리는 각자 자신만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독립적 경제 행위자들 사이의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거래 관계다 . 때문에 시장의 장점은 무엇보다 그 유연성과 효율성에 있다 . 시장에서는 어떤 부품을 사오다 환경이 변해서 그 부품이 필요하지 않으면 바로 거래를 중단하면 된다 . 그 외의 다른 복잡한 문제들을 고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 또 시장은 효율적이다 . 독립적인 경제 행위자들인 기업들이 각각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 자신의 특화된 전문 영역을 갖추려 애쓰기 때문이다 . 다양한 경영 활동을 모두 수행하는 다각화 기업 , 수직계열화 기업에 비해 개별 활동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훨씬 높다 .
그러나 각자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독립적 경제 행위자들 간의 거래 관계는 동시에 높은 거래 비용 (transaction cost) 이라는 문제도 야기한다 . 즉 시장을 통한 경영 활동의 수행은 서로 더 많은 이익을 원하는 거래 당사자들 간의 밀고 당기기에 따른 가격 산정 및 품질 협상 비용 , 계약 조건 합의와 계약서 작성 비용 , 조달 일자 협의 등의 조정 비용 , 물품 공급 및 대금결제 관리 비용 , 조달된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 검증 비용 , 상대방이 계약 조건을 지키지 못할 때 이에 대한 제재 비용 등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거래 비용을 발생시킨다 .
따라서 특정 거래 상대와 반복적 거래 관계를 수행하거나 그 거래 관계에만 쓰일 수 있는 전용 설비 투자가 필요할 때 이 거래 비용이 과도하게 높아져 시장은 더 이상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경영 활동을 수직 계열화나 M&A 등을 통해 조직 내부로 가져오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
이런 거래를 조직 내부로 가져오면 시장에서 발생했던 거래 비용은 대폭 감소한다 . 조직 내부 구성원이나 부서 , 사업부들 사이의 거래 관계 여부와 과정은 각자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상부 경영진의 권한에 기반한 선택과 명령에 의해 수행된다 . 조직 내부의 기능 등을 이전할 때 각 사업부서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 전사적 차원의 이익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 경영진 또한 이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고 조직원에게 이를 명령한다 . 실제 거래 당사자인 기능부서나 사업부는 각각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그 의사결정을 따라야 한다 . 이때 시장에서 발생했던 협상비 , 계약비 , 조정비 , 검증비 , 제재비 등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으므로 비용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 .
조직 메커니즘의 또 다른 장점은 불확실성의 감소 , 특화된 자산의 투자에 따른 생산성 증대다 . 조직 내부에서 경영 활동을 수행하면 외부 공급업자의 기회주의적 행동이나 시장 상황의 급변 때문에 필요한 부품이나 서비스의 조달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낮다 . 조직 내부에서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에 경영 불확실성이 대폭 낮아진다 . 반복적으로 필요한 기능이나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특화된 전용 설비 등에 투자할 수도 있어 생산성 증대도 가능하다 .
그러나 조직이 거래 비용 측면에서 시장보다 항상 우월한 대안은 아니다 . 조직 또한 나름대로의 다양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윌리엄슨 교수는 지적한다 . 조직의 가장 큰 한계는 경직성이다 . 어떤 부품이나 서비스를 거래비용 조직 내부에서 직접 조달하기로 하고 조직이 이에 대한 설비나 인력에 투자를 하고 나면 , 경영 환경이 변해 이 설비가 더 이상 필요 없어져도 신속하고 유연하게 그 결정을 취소하기 어렵다 .
조직의 또 다른 한계는 조직에만 발생하는 특수한 거래 비용인 관료적 비용 (bureaucratic cost) 이다 . 즉 시장에서 어떤 부품이나 서비스를 조달할 때는 협상이나 계약 등에만 신경 쓰면 끝이다 . 실제 그 부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오퍼레이션은 공급업체에 일임하면 된다 . 그러나 조직 내부에서 이를 직접 생산할 때는 생산 전략과 계획 수립 , 원자재 조달 , 생산 오퍼레이션 시스템의 설계와 관리 , 관련 부서와의 조정 등 시장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 . 이런 조직 내부의 관료적 비용은 시장의 거래 비용보다 더 클 수도 있다 .
효율적 조직 경계 설계를 위한 기준
윌리엄슨 교수는 조직과 시장 중 그 어느 쪽도 항상 우월하지는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 전 세계 기업들 사이에서 M&A, 수직계열화 , 아웃소싱 , 스핀오프 , 전략적 제휴 등이 유행처럼 확산되는 현상 또한 매우 비합리적이며 , 거래 비용 경제학의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효율적 조직 경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때문에 그는 어떤 기능이나 역량 , 사업 , 또는 경영 활동을 조직 외부에서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수행할지 , 조직 내부에서 수행할지의 선택을 다음 기준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
첫째 , 자사의 핵심 역량에 해당하는 활동은 당장의 비용효율성이나 경쟁력과 상관없이 무조건 조직 내부에 둬야 한다 . 필자가 이미 DBR 에 기고한 다른 원고에서도 자세히 설명한 적이 있듯 핵심 역량은 어떤 특정 사업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 , 미래에 다양한 새로운 사업들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다 . 핵심 역량을 조직 외부에서 조달하는 일은 자사의 미래 경쟁력을 외부에 의존하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 아웃소싱이나 스핀오프 붐이 발생할 때 많은 기업들이 간과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 무조건 조직을 간소화하는 게 항상 좋은 일은 아니다 . 아무리 조직 규모를 줄이더라도 핵심 역량만은 반드시 외부로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 .
둘째 , 특정 기능 , 역량 , 사업이 단기적으로 필요한가 , 장기적으로 필요한가가 시장과 조직 중 하나를 선택하는 기준이다 . 일회성으로 필요하거나 , 단기적으로만 필요한 기능 , 역량 , 사업을 조직 내부에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 .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조직 내부의 관료적 비용이 시장의 거래 비용을 훨씬 초과하기 때문이다 . 반면 반복적이고 장기적으로 필요한 기능 , 역량 , 사업은 조직 내부에서 조달하는 게 합리적이다 .
셋째 , 높은 생산성 , 품질 ,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설비나 인력 투자가 필요하다면 이를 조직 내부에서 수행하는 게 좋다 . 참여자들이 각각 자신만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시장에서는 공급업체가 특정 고객 기업만을 위해 특화된 설비나 인력에 투자하는 일이 비효율적이다 . 때문에 해당 공급업체는 모든 기업들의 요구에 유연하게 부응할 수 있는 범용 설비나 인력만을 사용할 때가 많다 . 생산성 , 품질 , 효율성에서 한계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
넷째 , 환경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일반적으로 조직보다 시장이 더 나은 대안이다 . 미래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고 , 환경 불확실성이 클 때는 특정 기능 , 역량 ,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조직 내부에 대규모 투자를 해서 많은 매몰 비용 (sunk cost) 을 발생시키는 것이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다 . 뿐만 아니라 예측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조직 전체의 유연한 대응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유연성이 매우 중요하다 .
거듭 강조했듯 M&A, 수직계열화 , 아웃소싱 , 스핀오프 , 전략적 제휴 등은 결코 유행에 따라 성급하게 시도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다 . 효율적 조직 경계 설계의 관점에서 고도의 판단력을 요구하는 의사결정이라는 점을 많은 CEO 들이 명심하고 , 조직 경계 설계 이론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 미국 예일대에서 조직 이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 조직 이론 분야의 세계 최고 학술지 등 저명한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
요즘 구내식당을 전문 케이터링업체에 위탁하는 조직이 많다. 그렇게 하는 편이 이용자 입장에서 낮은 가격에 좋은 품질의 식사를 이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구내식당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외부에 위탁하면 어떨까? 실제로 그런 일이 많이 벌어진다. 애플은 아이폰을 설계하지만 생산은 대만의 팍스콘이란 업체에 맡기고, 미국의 많은 대기업은 콜센터 업무를 인도 업체에 아웃소싱한다.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 도대체 무언가를 만들고 파는 데 기업이란 조직이 왜 필요한가? 따지고 보면 기업의 모든 활동은 계약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시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생산은 물론 판매·연구개발·재무관리·인사관리도 다 외주를 줄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기업들이 있다.
그런데 왜 기업가는 외주를 주지 않고 굳이 기업이란 조직을 만들어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회사가 돈을 벌든 못벌든 늘 고정된 월급을 주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 것이 ‘거래비용 이론’이다. 로널드 코스 교수가 이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모든 생산활동을 시장에 의해 수행한다면(다시 말해 계약에 의해 한다면)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용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예를 들어 대기업은 많은 협력업체들과 계약할 때마다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쏟아야 한다. 계약이 체결되면 계약대로 업무가 수행되는지 감독도 해야 한다. 해당 업체가 도산한다면 능력 있고 믿을 만한 협력업체를 새로 찾아내야 한다. 이 모든 일에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코스 교수는 이런 모든 것을 ‘거래비용’이라고 일컫는다.
또 이런 거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계약에 의하지 않고 필요한 일들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직접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기업이라고 설명한다. 계약에 의한 일처리는 수평적인 관계와 일시적인 협동에 의존하므로 불안정적인 반면 회사 내부를 통한 일처리는 지속적이고 수직적인 위계질서와 명령에 기반하므로 안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회사라는 조직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조직을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알바생 몇명 일 시키는 것도 얼마나 힘든지 편의점이나 식당 주인은 잘 안다. 또 조직이 커지면 관료주의가 싹트고 비효율이 발생한다. 이런 모든 것을 통틀어 ‘조직 사용비용’이라고 한다.
자, 이제 뭔가를 만들어 팔려는 사람에겐 두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시장에서 계약을 통해 일을 해낼 것인가, 아니면 기업을 만들어 직접 해낼 것인가? 기업이라는 조직은 시장 거래비용과 조직 사용비용을 비교해 후자가 적다고 생각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거래비용 이론은 이처럼 기업의 생성을 설명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범위에 대해서도 잘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협력업체에 일을 맡겼는데 업체의 영향력이 너무 커져 통제가 어려울 경우 그 일을 회사 내부에서 직접 행하거나 비슷한 일을 하는 업체를 인수할 수 있다. 반대로 원래 기업 내부에서 이뤄지던 활동(예를 들어 구내식당)이 경제상황의 변화로 거래비용이 낮아지는 경우(예를 들어 경쟁력 있는 케이터링업체가 생긴 경우)에는 외주를 줄 수도 있다.
결국 기업은 시장 거래비용과 조직 사용비용을 비교해 어디까지 스스로 하고 무엇을 시장에 맡길지 결정하게 된다. 자본주의 초기에는 시장을 통한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20세기 이후에는 생산기술과 경영관리 기법의 발전에 힘입어 내부 조직의 관리비용(조직 사용비용)이 줄어들면서 거대기업이 많이 생겼다.
그런데 최근 10~20년 사이에 상반된 경향이 나타났다. 인터넷 등 정보기술(거래비용 IT)이 진보하고 기업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장을 통한 거래비용이 낮아지게 됐고, 기업들이 업무를 외주하는 경향이 다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실 요즘은 인터넷만 연결되면 1인 기업도 얼마든 가능한 시대가 아닌가? 시장과 조직의 줄다리기에서 밀리던 시장이 다시 힘을 얻는 상황인데, 귀추가 주목된다.
자본시장연구원
요약 주문의 집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암묵적 거래비용은 거래규모가 큰 기관투자자의 투자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북미와 유럽에서는 투자전략의 수립과 투자성과평가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로 간주한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국내 기관투자자의 암묵적 거래비용은 외국인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며, 거래비용 국내 기관투자자가 외국인과 유사한 수준의 주문집행 성과를 달성한다고 가정할 때 2018년 기준으로 1조원 이상의 거래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비중과 역할이 급속히 증가하는 현 시점에서, 암묵적 거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주문집행 전략의 채택과 시장인프라 구축, 그리고 거래비용분석 체계의 활용은 시급한 과제로 판단된다. 이는 운용수익률을 제고하는 중요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국내 기관투자자와 중개기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경제성장과 함께 금융자산이 축적되고, 인구고령화에 따라 자산증식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자본시장에서 기관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공사모펀드, 보험, 연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의 운용자산 규모는 2008년 약 800조원에서 2018년 약 2,200조원으로 성장하였으며 이러한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관투자자는 대규모 자금을 집합적으로 운영함으로써 효과적으로 분산투자를 달성할 수 있고, 투자대상에 대한 정보를 쉽게 취득하고 분석하여 투자전략에 활용할 수 있으며, 대량거래를 통해 각종 수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가 확보하기 어려운 요소들로, 개인투자자의 직접투자에 비에 높은 투자성과를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 이러한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높은 투자성과를 실현할 수 있는지 여부가 기관투자자의 경쟁력을 형성한다.
본고에서는 국내 주식시장 기관투자자의 거래비용에 대해 분석·평가하고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기관투자자의 거래비용은 투자성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구성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거래수수료나 증권거래세와 같이 통제 불가능한 비용으로만 인식되어 기관투자자의 투자전략이나 투자성과평가에 대한 논의에 있어 간과되어 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거래비용에는 사전적으로 요율이 확정된 비용뿐만 아니라 주문의 체결과정에서 발생하는 암묵적 비용도 포함되며 전체 거래비용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암묵적 비용은 거래규모가 클수록 증가하고 유동성과 변동성 수준에 따라 변화하므로 이를 최소화하는 주문집행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기관투자자의 투자성과를 제고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특히 경제성장률의 둔화와 함께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암묵적 거래비용 절감의 중요성은 보다 강조될 필요가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암묵적 거래비용 평가
먼저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자의 암묵적 거래비용을 검토해보자. 기관투자자를 공사모펀드, 보험·연기금, 외국인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전체 상장주식을 대상으로 분석한다.
암묵적 거래비용은 투자자 유형별 일중 평균체결가격을 벤치마크 가격과 비교하여 측정한다. 평균 매수체결가격이 벤치마크 가격보다 높을 때, 평균 매도체결가격이 벤치마크 가격보다 낮을 때 거래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벤치마크 가격은 각 거래일의 시가(opening price), 일중 평균체결가(volume-weighted average price, 이하 VWAP), 종가(closing price) 등 세 가지 가격을 이용한다.
시가를 벤치마크로 삼는 경우, 기관투자자가 시가를 기준으로 주가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당일의 거래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간주한다. 1) 매수(매도)결정에 따라 일중에 체결된 가격이 시가보다 1% 높다면(낮다면) 주문의 체결과정에서 1%의 거래비용이 발생한 셈이고 투자자의 실현수익률은 1% 하락하게 된다. VWAP을 벤치마크로 삼는 경우, 각 투자자 유형의 평균체결가와 해당 유형을 제외한 거래비용 나머지 투자자의 평균체결가를 비교하는 방법이다. 2) 이것은 거래비용의 절대적인 크기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비용을 상대 비교하여 주문집행의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종가를 벤치마크로 삼는 것은, 운용자산의 가치평가가 종가를 기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종가를 주문집행의 기준으로 삼을 유인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종가는 당일 거래의 의사결정 기준가격과 무관하고 일중 거래에 의한 가격충격(market impact)을 반영하므로 거래비용의 평가척도라기보다는 추적오차(tracking error)의 평가척도에 가깝다.
아래 그림에 세 가지 벤치마크를 이용해 계산한 값이 연도별로 제시되어 있다. 먼저 기관투자자 유형별 평균체결가격과 시가를 비교한 결과(A)를 보면, 공사모펀드 및 보험·연기금의 거래비용이 외국인에 비해 전 기간에 걸쳐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2018년 기준으로, 외국인은 시가에 비해 13bp 높은/낮은 가격에 매수/매도하는 데 비해 보험·연기금은 75bp, 공사모펀드는 87bp 높은/낮은 가격에 매수/매도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2018년 국내 기관투자자의 거래비용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조 1,300억원에 달하는데(보험·연기금 약 1조 2,600억원, 공사모펀드 약 1조 8,700억원), 이는 증권거래세, 위탁매매수수료 등 명시적 거래비용 약 1조 600억원의 3배 수준이다.
VWAP을 벤치마크로 이용하여 평가할 경우(B)에도 국내 기관투자자의 주문집행 성과는 전체 기간에서 외국인에 비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난다. 2018년 기준으로 보험·연기금과 공사모펀드의 주문은 VWAP 대비 각각 22bp, 21bp 불리하게 체결되는 반면 외국인의 주문은 VWAP 대비 5bp 유리한 가격에 체결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기관투자자가 외국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주문집행성과를 달성한다고 가정할 때, 2018년 기준으로 보험·연기금은 약 4,600억원, 공사모펀드는 약 5,600억원의 거래비용이 절감된다. 특징적인 것은 외국인의 경우 주문집행의 성과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5bp 수준에서, 2017년 -2bp, 2018년 -5bp로 음(-)의 값으로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외국인은 최근 VWAP에 비해 낮은 가격에 매수하고 높은 가격에 매도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종가를 벤치마크로 사용한 결과(C)를 보면 여전히 외국인의 주문집행 성과가 국내 기관투자자에 비해 우수하게 나타난다. 다만, 전체 분석기간에서 보험·연기금은 평균 0bp, 공사모펀드는 평균 -2bp로 국내 기관투자자의 경우에서도 낮은 값을 보인다. 실무적으로 종가를 주문집행의 목표가격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인지는 파악할 수 없으나 국내 기관투자자의 일중 평균체결가는 종가에 근접한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결과를 거래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주문집행의 성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국내 기관투자자는 외국인에 비해 현저히 높은 암묵적 거래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10년간의 분석기간 동안 일관되게 관찰된다는 점에서 그 격차는 체계적이다. 추가적인 분석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거래대상 주식의 유동성 혹은 변동성 격차에 의해 나타나는 결과가 아니며 매수거래와 매도거래의 비대칭적인 거래비용에 의한 결과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암묵적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주문집행전략의 채택 여부가 거래비용 격차의 핵심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암묵적 거래비용의 절감 수단
암묵적 거래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주문을 적절하게 분할하는 것이다. 대규모 물량을 일시에 매수(매도)할 경우 평균체결가격은 상승(하락)할 수밖에 없으므로 대규모 물량을 다수의 소규모 물량으로 쪼개 체결하는 방식이다. 다만 주문을 분할할 경우 주문집행이 완료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가격변동(본질가치의 변화) 위험에 노출된다. 둘째, ‘reserve(hidden) order’, ‘peg order’ 등과 같은 주문 유형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3) reserve(hidden) order는 지정가주문 수량의 일부(전부)가 호가장(order book)에 공개되지 않는 주문이다. 투자자는 시장가주문(market order)보다 유리한 가격에 체결하기 위해 지정가주문(limit order)을 이용할 수 있는데, 대량의 주문이 지정가주문으로 노출될 경우 거래수요를 인지한 투자자들에 의해 시장가격이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reserve(hidden) order는 이러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이용된다. peg order는 지정가주문의 가격이 최우선호가의 변동에 따라 자동적으로 변화하는 주문이다. 가격변동이 큰 경우 거래비용을 줄이고 체결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정가주문 가격을 가격변화에 맞춰 수정할 필요가 있는데 peg order는 이러한 작업을 자동적으로 처리해준다. 셋째, 대안적인 거래체결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정규거래소의 연속경쟁매매방식이 아닌 최우선 매수호가와 매도호가의 중간값이나 VWAP에 거래를 체결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대체거래시스템(alternative trading system)을 통해 이루어진다. 4) 기관투자자간 거래로 처리되어 대규모 거래가 가능하고 거래현황이 실시간으로 공개되지 않아 거래정보 노출의 위험이 낮다. 다만 거래참여자가 제한되므로 체결가능성은 거래비용 정규시장에 비해 떨어진다.
이러한 수단들은 북미와 유럽시장에서 2000년대 이후 급속히 확산되어 현재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거래시장(거래 메커니즘)의 선택, 주문의 분할, 주문유형의 선택 등 주문집행과 관련된 복잡한 의사결정은 거래비용분석(transaction cost analysis, TCA)이라 불리는 관리체계 하에서 이루어지며, 여기에 기반한 주문집행은 흔히 거래비용 최소화를 목적함수로 둔 알고리즘매매(algorithmic trading)를 통해 구현된다. 거래비용분석은 운용수익률 제고를 위해, 사전적으로 거래비용을 추정·예측하고 사후적으로 거래비용 또는 주문집행 성과를 평가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물론 핵심적인 분석대상은 암묵적 거래비용이다.
북미와 유럽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88%가 주식거래에 거래비용분석을 활용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난다. 5) 미국시장 주식거래의 35%는 정규거래소 이외의 거래시장에서 체결되며, 정규거래소 거래의 15%는 비공개주문을 통해 이루어진다. 알고리즘매매의 비중은 65%에 달한다. 6) 사실, 앞서 소개한 비전통적인 주문유형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나 대체거래시스템이 활성화된 것은 모두 거래비용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기관투자자의 수요에 의한 것이며, 북미와 유럽의 시장규제체제의 핵심을 이루는 최선집행원칙(best execution rule)은 거래시장간 경쟁환경 하에서 중개업자의 효율적인 주문집행을 규율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시사점
한국 주식시장에서 국내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사이에 나타나는 현저한 거래비용 격차는 암묵적 거래비용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 그로 인한 주문집행전략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자의 비중과 역할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암묵적 거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주문집행 전략의 채택과 시장인프라의 구축, 그리고 거래비용분석 체계의 활용은 시급한 과제로 판단된다. 이는 기관투자자의 운용수익률을 제고하는 중요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국내 중개기관과 기관투자자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1) 이 관점에서 본다면 전일 종가를 벤치마크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한데, 분석결과는 시가를 벤치마크로 활용한 결과와 유사하다.
2) 모든 투자자의 거래를 이용해 VWAP을 계산할 경우, 특정 투자자 유형의 거래비중이 높을수록 해당 투자자 유형의 평균체결가는VWAP에 수렴하기 때문에 평가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 이러한 왜곡을 줄이기 위해 특정 투자자 유형에 대한 벤치마크 VWAP을계산할 때 해당 투자자 유형의 거래는 제외한다.
3) 이러한 주문유형의 명칭과 구체적인 작동방식은 거래시장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4) 정규거래소에서 별도의 체결시스템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으며, 중개기관의 내부화(internalization)와 장외시장의(OTC) 양자간(bilateral) 거래도 유사한 특성을 갖는다.
5) Greenwich Associates, 2019, The State of Transaction Cost Analysis.
6) 거래시장별 거래비중, 비공개주문 체결비중, 알고리즘매매 비중은 각각 CBOE, SEC, Goldman Sachs의 통계를 바탕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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