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항상 좋은 기삿거리에 굶주려 있고, 소재가 좋을수록 대서특필하게 된다는 속성을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중략) 언론이 항상 나를 좋아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떤 때는 긍정적인 기사를 쓰지만 어떤 경우에는 헐뜯는 기사가 나올 때도 있다. 그러나 순전히 사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사가 나가면 항상 손해보다는 이익이 많기 마련이다. (p. 82)
트럼프 특유의 ‘거래의 기술’?
합의 결렬에도… 김정은, 웃으며 작별 인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 사진을 공개했다. 이는 북-미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미 측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인스타그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중간 수준의 ‘미들딜’도, 낮은 수준의 ‘스몰딜’도 아닌 협상 결렬, 즉 ‘노딜’을 택하면서 소위 ‘미치광이(madman) 전략’으로 불리는 그의 파격적인 협상 스타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북한의 구체적이고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을 포함한 ‘빅딜’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북한 영변 핵시설의 동결에 그치는 ‘스몰딜’ 수준의 결과를 낸다면 미국 안팎에서 반발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중단시켜 버리는 수를 둔 것은 전통적 관습을 벗어나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트럼프 특유의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협상에 임하는 그의 자세를 “직관적 본능에 따라 ‘외교정책 규정집’을 파괴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하며 “북한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있는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이 지금 가장 좋은 경기 방식이라고 말한다”고 지난달 26일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결정도 김 위원장이 비핵화 단계별로 상응조치를 요구하는 ‘살라미 전술’로 나오자 판 자체를 뒤엎은 것이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이라는 자서전을 내놨을 정도로 협상 전략에 밝다는 평가다.
트럼프의 본질을 읽을 수 있는 책: 트럼프가 말하는 트럼프, 『거래의 기술』
얼마전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로부터 자신의 캠페인을 취재할 수 있는 기자 출입증을 빼앗았다. 자신이 하는 말을 왜곡하거나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지어내서 공격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물론 하나의 기사 때문에 벌어진 일은 아니다. 워싱턴포스트의 소유주가 된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와는 벌써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렇게 출입증을 빼앗긴, 혹은 빼앗겼던 언론사도 포스트가 처음이 아니다.
사실상 미국의 메이저 언론사들은 트럼프에 대해 내놓고 적대적이다. 신문, 방송사는 여성이나 이민자 문제 등 미국사회에서 민감하게 생각하는 이슈들에 대해 공인으로서 하기 힘든 말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에 그에게 호의적인 기사는 내기 쉽지 않고, 거기에 기존 언론사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입장을 고려하면 (가령, 대표적인 보수 매체 폭스뉴스는 경선 내내 트럼프에 적대적이었다) 정치적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자신이 언론보도에서 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자신의 진지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가장 힘든 정치인이 되었다. (물론 그 차별을 누가 초래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후보가 한 자극적인 막말과 진지한 정책 중에서 신문사가 어느 쪽을 더 크게 보도할지를 트럼프가 모를 리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은 그런 트럼프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다. 즉, 트럼프가 말하는 트럼프가 바로 이 책이다.
30년을 해온 플레이
하지만 착각하지 말 것은, 이 책은 미국 정치인들이 출마 전에 의례적으로 한 권 내는 “출마용 자서전”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바마의 이나, 조지 W. 부시의 , 힐러리 클린턴의 같은 책들이 그런 책이고, 그런 책들은 나름 분명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트럼프의 책은 그렇지 않다. (참고로, 한국과 달리 미국의 대선후보들의 그런 책들은 출판기념회를 통한 모금활동에 사용하기 위해 내는 게 아니다. 미국에서는 후보들이 연설회를 통해 돈을 모은다).
은 트럼프가 대통령은 꿈도 꾸지 않았을 1987년에 나온 책이고, 나오자마자 인기를 끌면서 지금의 트럼프의 이미지를 만든 책이다.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히틀러의 에 해당하는 트럼프의 책이 아니냐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책에는 정치적인 주장도 야심도 없다. 1980년대의 트럼프는 오로지 돈을 벌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관심이 있던 사람이다.
영화화까지 된 화제의 책이었다
그리고 그의 관심사를 하나 더 꼽자면 바로 ‘대중의 관심 끌기’이다. 물론 그 점에서는 히틀러의 책과 비슷하겠지만, 그건 모든 정치인의 관심사이고 트럼프의 “장래의 희망”을 굳이 이 책에서 찾자면 바로 그런 대중의 관심을 아주 좋아했다는 사실 정도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이미 1980년대에 그 연습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원래 소질이 있던 인물이 대중 다루기와 언론 플레이를 30년 넘게, 그것도 미국 미디어의 한복판인 뉴욕에서 해왔다는 사실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트럼프의 중요한 경력이자 자산이다.
대선후보의 싹수 찾기
이 책을 읽으면서 30년 전의 트럼프의 말에서 지금의 트럼프의 모습, 혹은 “싹수”를 찾게 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2016년의 안경을 끼고 1987년의 책을 보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고, 그래서 나는 애써 그걸 피하면서 을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든 기술은 이미 30년 전에 마스터한 것이 너무나 분명하게 책에 등장한다. 특히 그가 자신의 “사업 스타일” 11가지를 설명하는 2장은 과연 경쟁후보들이 얼마나 자세하게 읽었는지 궁금할 만큼 지난 몇 개월 동안 경선에서 보여준 트럼프의 전략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에 등장한 트럼프. 1992
예를 들어 ‘언론을 이용하라’는 항목을 보자.
언론은 항상 좋은 기삿거리에 굶주려 있고, 소재가 좋을수록 대서특필하게 된다는 속성을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중략) 언론이 항상 나를 좋아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떤 때는 긍정적인 기사를 거래 의 기술 쓰지만 어떤 경우에는 헐뜯는 기사가 나올 때도 있다. 그러나 순전히 사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사가 나가면 항상 손해보다는 이익이 많기 마련이다. (p. 82)
트럼프는 라는 신문을 콕 집어서 예로 들면서 “흥미로운 것은, 개인적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비판적인 기사일지라도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고 쓰고 있다. 1987년에.
위의 인용문에서 ‘사업’을 ‘정치’로 바꾼 것뿐 트럼프는 같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종종 미국의 메이저 언론사들을 향해 ‘너희들 무슨 수작하는지 다 안다’고 할 때 그는 정말로 다 안다고 봐도 된다. 같은 게임을 같은 장소에서 30년을 하면 아무리 눈치가 느린 사람이라도 마스터가 될 수 밖에 없다.
정치인이나 그 어떤 사람이 쓴 책이라도 자서전, 혹은 (미니 자서전 격인) 회고록(memoir)이라면 자신에 대한 호의적인 편견이 가득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읽어야 한다.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크게, 주위의 사람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작게 묘사되는 건 당연하다. 그런 작업은 자서전을 쓰기 전에도 누구의 머릿속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그것을 감안하고 본다고 했을 때 미국 언론과 은 흥미로운 게임을 하고 있다. 내가 페이스북에서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페이지를 운영하느라 읽고 듣는 미국의 주류 언론에 등장하는 트럼프는 에 등장하는 트럼프와 많이 다르다.
하지만 “트럼프가 부풀렸겠지”라고 쉽게 단정하기는 힘들다. 가령, 주류 언론의 보도 만을 들으면 트럼프의 아버지는 이미 부동산 재벌이었고, 아들인 트럼프는 그런 아버지의 돈을 받아 뉴욕에서 쉽게 돈을 번, (그가 주장하는) 자수성가한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유산을 물려받은 건 사실이지만, 트럼프는 절대 금수저 애송이가 아니다
은 거기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까? 트럼프가 말하는 자기 아버지는 돈이 없어서 대학에 가지 못하고 일찌감치 사업에 뛰어들어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저렴한 집을 짓는 소규모 부동산업자였다. 도널드 트럼프는 그런 아버지 밑에서 집집마다 월세를 받으러 다니면서 부동산을 배웠고, 그런 일로는 큰돈을 벌기 힘들다는 판단에 맨하탄에 진출해서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건물을 짓기로 하고 20대의 나이에 배짱 하나로 뉴욕의 대규모 부동산업자들과 정면대결을 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미국 주류 언론들이 칠하는 “아버지의 돈으로 쉽게 돈 번” 사람만은 아닌 것 같다. 즉, 남들보다는 쉽게 벌었지만, 비슷한 일을 하던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일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 순서를 따지면 언론의 그런 보도는 에 대한 대응이다. 즉, 이 책이 주장하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는 모른다. 결국에 가서는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없는 이 되더라도, 한쪽만을 믿기로 애초부터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는, 비록 혼돈에 가까워도 많은 주장을 함께 듣는 것이 진실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는 방법이다.
New York, New York, U.S.A.
이 책의 한국판 표지는 흥미롭다. 1980년대에 큰 화제를 모았던 아티스트 바바라 크루거의 그래픽 작업을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여러모로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1987) 같은 작품으로 1980년대 호황기의 미국 상업문화를 이야기했던 크루거의 시각언어는 이 책에 잘 맞는다. 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이 책은 트럼프가 “나는 이렇게 부동산 거래를 한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책이고, 이 책의 절반 이상은 그런 거래가 진행된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바라 크루거 1989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방법은 거래 의 기술 두 가지다. 2016년의 트럼프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전반부가 더 끌릴 것이고, 사람들에 따라서는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 뉴욕의 과거 즉, 트럼프가 사업가로서 성장하던 1970, 80년대 뉴욕의 부동산 시장과 거기에서 일어나는 거래가 더 재미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묘사하는 뉴욕은 젊은 독자들에게는 낯설다. 가령 이런 대목이 그렇다.
나는 원래가 낙천주의자인 데다가 솔직히 말해서 나로서는 당시 뉴욕 시가 안고 있는 문젯거리를 오히려 좋은 기회로 보고 있었다. 나는 퀸스에서 자랐기 때문에 맨해튼이 항상 살기에 가장 좋은 곳, 또 세계의 중심지가 될 것을 광신에 가까울 정도로 믿고 있었다.
1946년생인 트럼프가 자라던 시절의 뉴욕은 지금처럼 세계의 중심이 아니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낙천주의”적인 전망대로 뉴욕은 그 후로 세상의 중심이 되었고, 한 때 정비되지 않은 끔찍한 슬럼과 마약상으로 가득했던 그 도시가 황금빛의 화려한 도시로 성장하던 시기는 트럼프가 뉴욕의 대표적인 부동산업자로 성장하던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그의 스토리에 따르면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미국인들에게도) 그의 “비전”이 이루어진 것이고, 그는 그런 비전을 뉴욕이라는 하나의 도시를 넘어 미국에도 품고 있는 것이다. 즉, 트럼프는 그런 “꿈팔이”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 포스터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라)”는 트럼프의 슬로건은 바로 그런 꿈을 팔기 위한 광고문구이지만, 사실 로널드 레이건이 1980년에 대선 캠페인 슬로건으로 사용한 것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트럼프가 뉴욕의 부동산업자로 성공해서 당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게 된 이 책 을 쓰게 해준 그 시기가 레이건의 재임 기간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은 트럼프가 왜 레이건의 슬로건을 재활용하기로 했는지 잘 설명해준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대선에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작년 여름만 해도 뉴욕타임즈의 데이빗 브룩스는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다. 다른 어젠다가 있다”고 단언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말이 되었다). 그의 말대로 80년대 미국의 힘을 되찾으려는 것일까?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트럼프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 점을 지적한다. 그가 대통령이 되어서 무슨 일을 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가 하는 말은 그런 우려가 현실적인 것임을 확인시켜준다.
진정한 재미는 게임을 한다는 사실이다. (…) 다음에 어떤 일이 생길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소개하려고 하는 사업들을 하나로 묶으면 어떤 모습이겠는가 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별 신통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일을 성사시키도록 도와준 알맞은 순간들을 포착했을 뿐이니까. (p. 89)
이제 트럼프는 그런 한쪽의 우려와 다른 쪽의 큰 기대를 안고 힐러리 클린턴과 대결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는 11월의 대선에서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트럼프의 스토리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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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저서 을 읽었다. 북핵문제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2017년 4월 한반도 위기설부터 최근 북·미 정상회담까지, 넓게는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설치 논란부터 유럽연합(EU)·캐나다와의 무역전쟁 그리고 최근의 미·중 무역전쟁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식 행보의 의도가 궁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말을 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어디로 튈지를 몰라 예측이 불가능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일까? 그의 쇼맨십에 가려 그의 진짜 모습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그는 상대방을 극한의 상황까지 몰고간 다음 달콤한 미끼를 던져주며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협상가로 알려졌다. 상대방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행동에 당황하고 있는 사이 그는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기 주도로 협상을 이끌어갔다. 이를 통해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관철해나가고 있다.
천박한 자본주의 행태라고 낮춰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에 미국 국민은 예상외로 많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 미국 국민의 70%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추진한 북·미 정상회담에 지지를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40% 중반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의 기술’을 보면서 우리 농업계를 생각해본다. 농민단체들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6·13 지방선거에서 농업계 당선 인사수는 이전 선거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시간이 흐를수록 선거에 있어 농업계가 미치는 영향력은 줄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도 그렇다. 비례대표 당선자 47명 중 농업계는 한명 정도일 뿐이다.
14일 의결된 2019년도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농업계가 강하게 요구한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나 현물급여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포함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결정됐다. 농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86%가 식사나 숙소 중 한가지 이상을 제공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농정공백은 더욱 답답하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부재가 4개월째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나 정치권에서 어느 누구도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왜 농업계는 정치권이나 국가 정책 결정에서 점점 아웃사이더로 밀려나는 것일까?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농업의 위상이 떨어졌기 때문일까? 하지만 스위스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스위스는 농민인구가 전체 인구의 2.5%밖에 안되지만 국민의 70% 이상이 농업가치를 헌법에 반영하는 데 찬성했고, 세금으로 농민에게 보조금을 주는 데 거래 의 기술 반대하지 않고 있다. 스위스 국민의 이런 모습은 농민과의 거래 결과다. 스위스 농민은 스위스의 아름다운 농촌경관을 가꾸고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험한 지형에 사는 농민일수록 정부 보조금을 더 많이 받는다. 그만큼 자연과 거래 의 기술 농촌경관을 지키는 데 힘이 더 든다고 판단해서다.
우리 농업계는 어떤가? 지금까지 많은 부분에서 요구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도농상생보다는 농업·농촌을 도와달라는 목소리만 높았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국산 농산물 애용운동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협상과 거래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챙기는 시대가 됐다. 농업도 예외가 아니다.
농업계도 상대방과의 거래에서 보다 많은 과실을 얻으려면 고도화된 거래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정부와 정치권, 다른 산업이 긴장할 수 있을 정도의 거래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19일부터 농촌민박의 서비스 제공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우리 농촌도 호텔급의 서비스를 제공할 테니 농촌으로 여름휴가를 오라고 도시민에게 당당히 요구하는 밀당(밀고 당기기)이 시작됐다. 농협이 농민 스스로 아름다운 농촌을 만들자며 시작한 아름다운 농촌 가꾸기 운동도 마찬가지다. 농업계의 이러한 시도가 농업의 협상력을 높이고 새로운 ‘거래의 기술’로 발전하길 바란다.
[천자 칼럼] 거래 의 기술 거래의 기술
“굿딜(good deal·좋은 거래)이거나, 그게 아니면 노딜(no deal·협상 결렬)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통상 협상 마무리를 앞두고 그제 한 말이다. 중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충분히 얻어내지 못하면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중국의 부담은 그만큼 더 커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베트남 하노이의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파격적인 ‘거래의 기술’을 발휘했다. 북한이 구체적이고 완전한 비핵화 단계의 ‘빅딜(big deal)’ 대신 영변 핵시설 동결뿐인 ‘스몰딜(small deal)’을 들고나오자 거래를 아예 접어버렸다. ‘노딜’ 전략은 그동안의 대북 협상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전형적인 ‘살라미(단계별 보상) 전술’을 구사해온 북한의 거래 기술은 이에 한참 못 미쳤다. 북한은 정상회담 직전까지만 해도 한껏 여유를 부렸다. 하노이에 하루 먼저 도착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실무협상 상대인 북한의 김영철을 한 번 더 만나려 했을 때 거래 의 기술 들은 척도 않고 ‘퇴짜’를 놨다. 그러다가 협상이 결렬되자 허둥지둥 매달렸다.
트럼프는 지난해에도 북한 김정은과 만나기에 앞서 “협상 결과가 좋지 않으면 걸어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 저자이기도 한 그는 늘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힘의 우위”라고 강조했다. 오랜 사업 경험을 통해 ‘어렵고 큰 거래를 성사시키면 보다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빅딜’의 원리도 체득했다.
그가 거래의 지침으로 삼는 4대 원칙은 ‘크게 생각하라,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히라, 지렛대를 사용하라’다. 그는 이 원칙을 북한 핵문제 등 외교정책에 그대로 적용했다. 2차 미·북 정상회담 후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접근법이 가장 좋은 방식이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그동안 ‘살라미’ 아니면 ‘벼랑끝’ 방식으로 협상과 파기, 재협상을 반복하며 핵실험을 계속했다. 이번에는 강력한 ‘거래의 달인’을 만나 ‘벼랑끝’에 몰리게 됐다. 트럼프 거래 의 기술 대통령의 ‘노딜’ 결정은 공화·민주 양당의 지지를 얻으며 백악관의 대북 강경 기조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 상황은 이와 대조적이다. 정부는 하노이 회담 직전까지 ‘스몰딜은 입구, 빅딜은 출구’ 등 무지갯빛 전망에 빠져 있었다. 회담 결렬 이후에도 냉철한 판단은 보이지 않고 한·미 공조에 엇박자를 노출하고 있다. 숨겨둔 ‘거래의 기술’이 따로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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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합의 불발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의미"…중재자 역할 다시 강조한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8일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프로세스가 긍정적 방향으로 진척되고 있으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아직 해야 거래 의 기술 할 일이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시에라리온 등 6개국 신임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후 환담에서 “한반도 평화가 끝까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함께해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 당부에 각국 대사들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북핵 해법과 관련해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할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말한 “아직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우선 정부는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28일 미·북 ‘4+3’ 확대회담에서 양국 정상을 비롯해 협상팀이 주고받은 얘기를 재구성하고, 결렬 원인에 대한 북한 측 생각을 듣는 것이 급선무라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대북 특사 파견을 비롯 지난해 2차 남북한 정상회담처럼 판문점에서의 ‘미니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된다.하지만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 귀환 이후 내부 단속에 집중한 채 외부와의 접촉을 삼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로 예정된 비무장지대(DMZ) 남북 거래 의 기술 공동 유해발굴과 관련해서도 북측은 이렇다 할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지난 6일 북측에 80~100명 규모인 남측 유해발굴단 구성을 완료했다고 통보했다”며 “북한으로부터는 북측 유해발굴단 구성을 완료했다는 통보를 아직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적어도 4월까지는 남북 교류 행사도 전면 중단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가정보원 등 정보라인을 통해 대북 접촉을 시도 중이나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박동휘/박재원 기자 [email protected]
"트럼프, 미군 배치 동맹국들에 '주둔비용의 150%' 요구 추진"
블룸버그 "한국과의 협상서 처음 요구…일부 국가 부담금 5∼6배 늘 수도"동맹국에 미군 주둔비용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제 전체 주둔비용의 150%를 부담하도록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진위에 관심이 쏠린다.특히 미국은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최근 진행된 한국과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처음으로 꺼내 들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8일 보도했다.통신은 10여명의 미 행정부 관리 등을 인용해 "백악관의 지시로 독일과 일본 그리고 결국 모든 미군 주둔국에 전체 미군 주둔비용은 물론 이 비용의 50%를 일종의 프리미엄으로 부담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통신은 '주둔비용+50'(Cost plus 50) 공식에 따라 일부 미군 주둔국은 현재 부담금의 5∼6배를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블룸버그는 "트럼프가 지난 몇 달간 이 아이디어를 지지하면서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렬되기 직전까지 갔었다"며 "그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이런 내용이 담긴 메모를 건네며 협상 결과에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트럼프 행정부 실무팀은 이런 방식이 방위비 인상에 속도를 내도록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파트너들을 자극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방부 연설에서 "우리가 보호하는 부유한 나라들을 주목하고 있다.다른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바보가 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비록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미 행정부는 '주둔비용+50' 요구를 통해 의도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그는 "한국에는 다른 어느 동맹국보다 더 통합적인 주둔군이 있다.미국은 이 메시지를 통해 냉전 시대 최전선의 동맹에 주둔국 역할의 패러다임 변화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그러나 미 국방부와 국무부 관리들 사이에서는 이런 요구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여 정책'에 의문을 품어온 아시아와 유럽의 충실한 동맹국들에 엄청난 모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한국과 미국은 8일 주한미군 주둔비용 가운데 한국 분담금을 정한 한미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공식 서명했다.앞서 양국은 지난달 올해 1년간 한국 측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작년 대비 8.2% 오른 1조389억원으로 확정해 가서명했다.특별협정이 발효되려면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야 하는데, 정부는 4월 협정 발효를 목표로 삼고 있다./연합뉴스
트럼프에 가장 비싼 선물 준 외국 정상은 中 시진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선 후 첫해 외국 정상들로부터 14만 달러(1억5천900만원 상당)에 달하는 풍성한 선물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선물 목록에는 보석을 비롯해 핸드백, 그림, 심지어는 골프채까지 들어있었다.이런 내용은 미 국무부가 2017년 한해 각국 정부가 미 연방정부 공직자들에게 전달한 선물 현황 자료에 담겨 있다.트럼프 대통령이 받은 선물 가운데 가장 비싼 선물 2개는 모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건넨 것이라고 미 폭스 뉴스가 7일(현지시간) 전했다.하나는 화려하게 장식된 서예 작품 및 박스로 1만4천400달러(1천635만원 상당)짜리다.다른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 소유 마러라고 리조트 내 핑크빛 저택이 새겨져 있는 접시를 포함한 도자기 식기 세트로, 1만6천250달러(1천845만원 상당)에 달한다.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 아랍국가 정상들은 모두 2만4천120달러(2천740만원 상당)어치의 선물을 건넸다.여기에는 살만 사우디 국왕의 루비와 에메랄드로 치장된 6천400달러(727만원 상당)짜리 목걸이, 바레인 왕세자의 4천850달러(551만원 상당)짜리 금박 전투기 모형, 오만 부총리의 1천260달러(143만원 상당)짜리 향수 등이 포함돼 있다.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부인으로부터 3천400달러(386만원 상당)짜리 페라가모 핸드백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로부터는 2천564달러(291만원 상당)짜리 만년필을 각각 선물로 받았다.트럼프 대통령 손주들은 흥미롭게도 압둘라 왕으로부터 시가 상자를, 딸 이방카 트럼프는 일본으로부터 골프채를 각각 받았다.미 국무부는 "만일 선물을 거절하면 주는 사람과 미국 정부 모두에 당혹스러움을 야기할 수 있기에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미 대통령들이 외국 정상으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은 관례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선물은 모두 미 국립문서보관소로 넘어가 보관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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