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입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2월 9일 | 0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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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주택시장 정책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수요를 조절하면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가 개입해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할 수 있을까? 정부 개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택수요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우선 주택 수요를 투기 수요와 실수요로 완벽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이를 식별할 수 있을까?

지난날 주택시장에서의 소비자 행태를 보면 최초에는 실수요자였다 하더라도 나중에 투기꾼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랜 경험을 통해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이나 임금상승률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은 아파트는 삶의 보금자리라는 인식보다 투자재로서의 가치가 더 큰 것으로 믿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정책, 특히 대출 규제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정부는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기도 한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풀기에는 우리나라 도시 주택 시장이 너무 복잡하다.

몇 년 전 서울 주택정책 국제회의에 참석한 미국 부동산 학계의 권위자인 펜실베이니아대 수전 왁터 (Susan Wachter) 교수는 “주택시장에서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은 단기적인 효과를 거둘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주택공급 물량 확대와 주택금융 활성화 같은 간접 지원책을 제안했다.

나아가 정부의 정책 목표가 주택 가격을 통제하는 것보다는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도록 규제와 조세 등 불필요한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이 같은 진단은 2021년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보고서에도 담겨있다.

한편에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주거복지를 증대시키고 주택을 통한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투기근절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개입의 정당성은 시장실패(market failure)에서 찾는다. 시장실패란 시장이 자유롭게 기능하도록 맡겨둘 때 시장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주택시장은 완전경쟁시장이 아니다. 완전경쟁시장이라면 정부개입이 필요 없겠지만 불완전경쟁시장이기 때문에 정부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효율적인 자원배분, 소득과 부의 공평한 분배, 경제의 안정과 성장의 촉진 등의 과제를 시장기구에만 의존해 해결하기 어렵다. 특히 주택은 다른 재화와 달리 위치의 고정성, 공급의 비탄력성 등으로 불완전경쟁시장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주택시장은 과점기업의 존재, 외부효과, 비대칭적 정보 등 시장 실패의 원인이 상존한다. 그리고 현대 자본주의 국가들은 공공부문 주택의 공급과 관리를 통해 국민주거안정이라는 복지적 정책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외부효과나 시장지배력과 같은 주택시장실패가 있을 경우 적절한 정부정책을 통해 경제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효율성과 공정성은 정부가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중요한 이론적 근거가 된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시장에 다양한 개입을 시도하고 주택시장안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주택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고 주거의 양극화가 심화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주택정책의 기조를 민간주도형에 정부개입 최소화를 천명했다. 지난날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결국 정부개입의 원칙과 개입의 정도가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이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정부 주택시장 개입의 원칙과 정도는 국민의 주거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더는 주택가격폭등과 주거불안정이 지속되지 않도록 주택시장 정부개입의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00원을 돌파하자 외환 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외화 비상금'인 외환보유액이 4개월 만에 200억 달러 넘게 증발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개입에 사용되는 '실탄' 역할을 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있지만 경제 기초 체력이 튼튼한 만큼 아직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 달러로 전월말(4477억1000만 달러)보다 94억3000만 달러 감소했다. 2008년 11월(-117억5000만 달러)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외환보유액은 3월(-39억6000만 달러), 4월(-85억1000만 달러), 5월(-15억9000만 달러), 6월(-94억3000만 달러) 등으로 4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4개월 동안 234억9000만 달러가 줄었다. 외환보유액이 단기간 이 정도로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외환보유액은 대외 지급결제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한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경우 정책 여력이 줄어들어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시 변동성을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올 들어 외환보유액이 급감하고 있는 것은 외환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환율 매도 조치로 개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통상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급등이나 급락 등 시장 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일정 방향으로 쏠리면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을 사용해 달러를 사거나 팔아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한다. 또 달러 강세로 인해 유로화 등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줄어든 영향도 크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5월 보다 4.95% 급등했다. 이는 2011년 9월(10.43%) 이후 가장 10년 9개월래 최대 상승 폭이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DXY)는 101.67에서 105.11로 3.4% 올랐다. 달러 상승 폭보다도 원화 가치가 1.4배나 더 가파르게 하락했다.

외환당국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올 1분기에도 외환시장에서 83억1100만 달러를 내다 팔은 바 있다. 한은이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2년 1분기 외환당국 순거래;에 따르면 외환당국이 올해 1분기(1∼3월) 실시한 외환 순거래액은 -83억11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당국이 외환 순거래액을 공개하기 시작한 뒤 역대 최대 규모다. 외환시장에 83억100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는 뜻이다. 총매수액과 총매도액 등 세부 내역은 공개되지 않는다.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1183.50원에서 지난 3월 1221.28원으로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에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내다 판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외화보유액이 적정 수준 아래로 내려갔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외환보유액 비중은 98.94%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IMF는 연간 수출액의 5%, 시중 통화량(M2)의 5%, 유동 외채의 30%, 외국인 증권 및 기타투자금 잔액의 시장개입 15% 등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산출한다. 올해 들어 외환보유액 하락세가 가팔라 적정 외환보유액 비중은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 감소가 글로벌 강달러로 인한 것인 만큼 아직까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외화 비상금을 더 늘리거나,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 등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이유가 전세계 글로벌 강달러로 인한 유로화 등 기타통화 자산의 평가액이 낮아지는 부분이 크고, 달러를 시장에 내다 파는 등 외환당국의 실개입도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경상수지가 장기간 흑자를 유지하고 있고, 경제 펀더멘털도 아직 양호하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이 정도로 줄었다고 해서 우리나라 신인도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보유액은 우리 경제 안정성 측면에서 그 자체로도 실탄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실탄이 많을 수록 우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통화스왑 상시화 체결 등을 통해 환율 방어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역수지 적자와 환율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달러화 매도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환율을 방어하는데 나섰다는 것인데 원화가 현재 가치보다 더 낮다는 시그널을 줘 환투기 세력에게 빌미를 줄 수 있는 만큼 섣불리 대응 하는 게 오히려 더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절대적인 외환보유액 규모를 보면 아직까지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급격하게, 계속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경우 원화 가치가 고평가됐다고 여겨져 환투기 세력이 유입되는 등 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자 칼럼에서는 2차대전 이후의 서독의 질서자유주의를 보았다. 오늘은 2차대전 이후의 선진국 전체의 흐름이었던 복지국가에 대하여 알아보자.

복지국가와 혼합경제

2차대전 이후부터 신자유주의 시대가 시작된 1980년경까지 선진국들은 복지국가를 지향하였다. 복지국가란 적극적인 정부개입으로 시장의 실패(빈부격차, 불황과 실업, 환경파괴, 독과점 발효 등 자유방임의 시장경제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병폐들. 시장 실패의 자세한 내용은 칼럼 “시장의 실패” 참조)를 상당한 정도로 시정 혹은 완화시킨 국가를 말한다. 복지국가는 특히 공공복지제도인 사회보장제도를 적극 실시하여 빈곤의 추방과 국민들의 경제생활의 안정을 추구한다. (☞ “시장의 실패” 기사 바로가기)

복지국가를 비롯하여 현대의 모든 경제는 혼합경제이다. 혼합경제란 자본주의경제와 사회주의경제가 혼합된 경제를 말한다. 모든 경제에서 정부부문(중앙 및 지방정부, 공기업이나 공공연금과 같은 정부산하 기관을 모두 합한 공공부문)은 사회주의적 요소이다.

정부의 재산은 사유재산이 아니라 국가 공동의 재산이며 정부의 경제활동은 정부의 계획과 지시라는 사회주의적 방법에 의하여 운용되기 때문이다. 혼합경제에서 자본주의경제와 사회주의경제(정부부문)의 혼합비율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 서유럽국가, 일본, 우리나라 등은 자본주의 경제의 비율이 높고 붕괴된 소련과 동구라파 경제들, 현재의 북한과 쿠바 등은 사회주의 경제의 비중이 더 높으나 모두 혼합경제이다.

경제 전체에서 정부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총 국민소득 중에서 정부부문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 비율을 보면, 일반적으로 서유럽 복지국가들은 40퍼센트 대이며, 미국과 일본, 한국 등은 30퍼센트 안팎이다.

서독도 적극적인 공공복지정책을 실시하였기 때문에 다른 선진국들처럼 복지국가이지만, 지난번 칼럼에서 본 것처럼 질서자유주의에 입각한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독특한 경제정책을 실시하였기 때문에 다른 선진 복지국가들과 부분적으로 다르다.

구미의 다른 국가들은 불황과 실업 극복을 위하여 단기적인 총수요확대정책(통화 증발과 정부 지출의 확대)을 수시로 채택한 데 비하여 서독은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여 단기적인 총수요확대 정책을 삼가하고 엄격한 통화관리정책을 꾸준히 실시하였으며 다른 나라에 비하여 독과점규제에 힘을 쏟았다. 총수요확대정책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케인즈(John M. Keynes)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19세기에 구미에는 산업자본주의가 정착되어 자본주의가 확립됨에 따라서 자본주의의 구조적 결함인 시장의 실패도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빈부격차의 확대와 불황이 그 대표적인 문제이다. 산업혁명에도 불구하고 19세기 말까지 노동자계급은 대체로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고 빈부격차는 확대되었다.

19세기 말까지도 유럽 도시노동자들은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 분뇨가 도로에 뒹구는 열악한 주택가에서 비참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19세기 말에 등장한 것이 앞서 본 영국의 사회적 자유주의 였고, 이들의 주장에 따라서 빈곤문제를 완화 하기 위한 사회입법(노동자 보호법과 사회보장제도)이 서구에서 19세기말과 20세기 초에 일부 도입되었다. 그러나 2차 대전 이전까지는 아직 복지국가라고 시장개입 부르기에는 선진국들의 경제개입은 일부에 그쳤다.

대공황

선진국에서 정부의 경제개입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계기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대불황의 발생이고, 둘은 정부의 경제개입을 지지하는 새로운 경제학의 등장이다. 불황은 분배문제와 달리, 노동자계급만이 아니라 자본가계급에게도 매우 고통스러운 문제였다 .

앞의 칼럼16에서 본 바와 같이, 1825년에 영국에서 최초의 불황이 발생한 이후, 약 10년을 주기로 발생한 불황은 회가 거듭될수록 정도와 기간이 점차 확대되어 1873년에는 무려 20년이 넘게 지속된 '대불황기'가 발생하였다. 이 대불황기를 계기로 구미에서 자유방임 경제정책은 퇴조하고 보호무역주의가 부활하기 시작하여 소위 제국주의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대내적으로는 독점자본의 팽창(불황기에는 소 영세기업들이 몰락하고 소수의 대자본이 성장한다), 대외적으로는 무력을 이용한 식민지 확대와 그로 인한 열강간의 전쟁이 제국주의시대의 특징이었다.

그러나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가 대불황기로 인해 완전히 붕괴한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불황은 임금과 상품가격이 과다하게 높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고, 불황과 실업이 계속되면 임금과 가격이 하락하여 불황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고, 자유무역은 모든 나라에 이익을 준다는 믿음을 여전히 버리지 않았다. 정부도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정책을 실시하였지만, 대내적으로는 경제개입 정책을 별로 시행하지 않았다.

아직 남아 있던 시장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붕괴시킨 것이, 1929년 10월 미국 뉴욕시의 증권시장이었던 '월가'(the Wall Street)의 주식가격 폭락으로 인해 촉발되어 2차대전 발발 때까지 10년 이상 지속된 대공황이었다. 1929년 10월 23일 수요일에서 29일까지 1주일 동안 주가가 약 30% 급락하였다. 그러나 월가의 주가하락은 이때 갑자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미 그 해 9월 초부터 이미 시작되었었다.

주가지수인 '다우 존스 주가지수'가 9월 3일 381.17에서, 10월 23일에는 326.51로, 10월 29일에는 230.07로 하락하였으며 약 3년 후인 1933년 2월 말에는 최저치인 50.16에 도달하였다. 약 3년 반 만에 주가가 1/8토막으로 폭한 것이다.

이번의 대공황은 그 이전의 불황들과는 비교될 수 없는 엄청난 것이었다. 공황의 피해가 가장 컸던 미국의 경우, 1929년에서 1932년 사이에 국민소득과 고용과 공업생산이 모두 거의 반으로 격감하였다.

이 기간에 미국의 국민소득은 46%, 고용은 62%, 공업생산은 54%의 수준으로 각각 감소하였다. 선진국 중 가장 정도가 약하였던 프랑스는, 같은 기간에 국민소득은 84%로, 고용은 81%로, 공업생산은 70% 수준으로 각각 하락하였다. 이런 심각한 대공황이 발생하자 하이에크와 같은 극소수의 자유방임주의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제학자와 일반인들은 시장경제와 자유방임정책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상실하게 되었다.

케인즈 경제학의 등장

선진국에서 개입주의가 부활하게 된 두 번째의 요인은 새로운 경제학의 등장이다. 근대 주류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시장경제를 신뢰하였다. 시장경제가 생산과 고용에서는 효율성을 발휘하므로 정부는 가능한 한 경제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스미스 이래의 근대경제학의 기본입장이다. 이런 경제학자들의 믿음을 바꾼 것이 케인즈(John M. Keynes)의 거시경제학과 사무엘슨(Paul Samuelson)의 공공경제학이라는 새로운 이론이다.

시장경제에 대한 불신을 최초로 설득력 있게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1936년에 출판된 케인즈의 이었다. 스미스의 , 마르크스의 과 더불어 역사를 바꾼 3대 경제학 저서이자, 거시경제학이라는 새로운 이론경제학 분야를 탄생시킨 이 책은, 종전의 고전학파의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두 가지의 획기적인 새로운 주장을 담고 있었다.

첫째, 시장경제에서는 일반적으로 투자가 저축보다 적어서 상품에 대한 총수요가 부족하며 이로 인해 불황과 실업이 일반적인 현상임을 이론적으로 주장하였다.

저축이란 돈을 안 쓰는 것이므로 저축만큼 상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게 되는데 이를 상쇄시켜 주는 것이 기업의 투자이다. 투자가 저축을 충분하게 상쇄시켜 주어야 불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기업들의 경기전망이 나빠지면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그 결과로 저축보다 투자가 적게 되어 불황이 발생하고 불황이 한 번 발생하면 미래에 대한 기업들의 전망이 더욱 나빠져서 불황은 더욱 악화된다고 케인즈는 설명하였다. 의 출판으로 비로소 경제학자들이 불황과 실업이 왜 발생하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둘째로 이러한 설명에 근거하여, 상품시장에서의 수요부족과 그에 따른 불황과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통화발행을 통해 조달한 재원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각종 공공사업을 벌려서 총수요를 증대시켜야 한다는 정책제안이다.

이를 위해 케인즈는 정부가 금이나 은의 지불준비금이 없더라도 정부의 정책적 판단만으로 통화를 찍어낼 수 있는 관리통화제도의 도입을 주장하였고 모든 선진국들이 이를 채택하였다. 그 이전에는 대부분 선진국들이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금이나 은만큼만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본위화폐제도를 채택하고 있었다.

본위화폐제도는 통화남발을 막아서 물가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었으나 반면에 정부가 필요할 때 통화발행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반대로 관리통화제도는 정부가 통화증발을 통해 총수요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반면에 통화남발로 인한 인플레가 발생하기 쉽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 때문에 관리통화제도가 채택된 이후의 현대 경제에는 인플레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이 때문에 하이에크, 프리드먼과 뷰캐넌과 같은 신자유주의자들은 케인즈를 인플레의 원흉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잘못된 두 가지 통념

일반적으로 잘못 알려진 두 가지의 오해를 지적하고 넘어가자. 하나는 케인즈의 이론이 나옴으로써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이 채택되었다고 하는 일반적인 통념이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케인즈가 주장한 총수요확대정책의 대표적 예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실시한 뉴딜정책(the New Deal)인데, 이 정책은 케인즈의 이 출판된 1936년 이전에 이미 채택되었었다. 뉴딜정책을 실시하기 위한 법들이 모두 이 출판되기 전인 1933년부터 35년간에 제정되었다.

케인즈의 이론이 나오기 전에 이미 불황의 탈출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출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 언론계와 정계에서 널리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케인즈가 한 일은 이러한 생각에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고 나아가 시대에 뒤떨어져 있던 경제학자들을 설득함으로써 개입주의가 수십 년간 지속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눈앞의 사실보다 자기가 배운 이론을 믿기 때문에 현실이 아무리 변하여도 이를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 경우가 보통이다. 보통사람들보다 시대를 앞서 가지는 않더라도, 동료경제학자들보다는 한 발 앞서 가면 위대한 경제학자가 될 수 있음을 케인즈는 보여 준다.


또 하나의 오해는 뉴딜정책의 효과에 관한 일반적인 오해이다. 현재 많은 경제학 교과서가, 미국이 뉴딜정책 덕분에 30년대의 대공황에서 벗어났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뉴딜정책이 실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940년 2차대전이 발발할 때에도 미국은 약 20%의 높은 실업률을 여전히 갖고 있었고, 2차대전이 발발한 다음에야 비로소 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즉 뉴딜정책이라는 대대적인 통화발행과 재정지출의 확대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공황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다. 이는, 민간경제의 회복 없이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만으로는 경제가 완전히 회복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사무엘슨의 공공경제학과 신고전학파종합

케인즈가 정부의 경제개입을 지지하는 새로운 거시경제학을 제시한 반면에 2차대전 이후 선진국의 주류경제학을 이끈 미국의 사무엘슨(Paul A. Samuelson)은 공공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미시경제학을 개척하여 정부의 경제개입의 필요성을 이론적으로 설명하였다. 공공경제학이란 정부부문의 경제활동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응용 미시경제학이다.

사무엘슨은, 시장경제에는 빈부격차와 독과점, 불황에 더하여 공공재의 공급부족과 외부효과라는 또 다른 시장의 실패 요인이 존재하며, 이의 해결을 위한 정부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밝혔다. 공공재란 무상 도로나 소방서, 국방, 치안, 행정과 같은 정부의 서비스처럼, 사회가 공동으로 생산하여 공동으로 소비하는 재화를 말한다. 공공재는 시장에서 개별적으로 돈을 받고 팔 수 없으므로 시장에 맡기면 생산이 부족해진다. 외부효과란 외부불경제와 외부경제를 말한다.

외부불경제란 환경오염과 같이 합당한 금전 지불 없이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말하며, 외부경제는 무상의 공공도로나 가로등, 기초과학과 같이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남에게 주는 이익을 말한다(시장의 실패에 대해서는 칼럼12 참조). 시장에만 맡기면 외부불경제는 과다하게 생산되고, 외부경제는 생산이 부족하게 된다. 따라서 공공재의 생산과 외부경제의 생산 장려, 외부불경제의 규제는 정부가 담당하여야 한다.

2차대전 이후에는, 케인즈의 거시경제학, 그리고 사무엘슨이 발전시킨 공공경제학으로 보완된 새로운 경제학이 선진국의 주류경제학이 시장개입 시장개입 되었다. 이런 2차대전 이후의 수정된 경제학을 사무엘슨은 신고전학파종합(the neoclassical synthesis)라고 불렀다. 이 경제학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시장의 실패가 시정된 복지국가를 지지하는 개입주의경제학이다. 2차대전 이후에 복지국가를 지향하여 등장한 이러한 선진국들의 개입주의 경제정책을 과거의 중상주의와 대비하여 신중상주의라고도 부른다.


2차대전 이후 70년대 중반까지 약 30년 동안 대다수 선진국들은 신고전학파종합의 주장에 따라서 복지국가를 건설하여 전례 없는 물질적 번영과 사회적 안정을 누렸다. 과거와 같은 대공황이나 세계대전도 없이 절대 빈곤도 거의 퇴치하여, 대다수 일반 대중들은 안락하며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선진국들의 이러한 장기번영에 케인즈 경제학과 신고전학파종합이라는 현대 경제학과 정부의 적극적 개입정책이 기여한 공헌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복지국가의 개입주의도 양날의 칼이었다. 한편으로는 장기번영을 달성하였으나, 다른 한 편으로는 정부가 점차 비대하여져서 정부의 무능, 비리와 횡포라는 국가의 실패가 크게 증대하여 이를 비판하는 신자유주의가 등장 하게 되었다.

"현 정부 잦은 시장 개입에 부작용…시장 친화적 정책 내놔야"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광범위하고 잦은 시장 개입 때문이며, 차기 정부는 장기적이고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경제금융연구실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차기 정부의 건설·주택 정책' 세미나에서 "집값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은 저금리였다"며 "그런데 현 정부는 자산버블 환경과 시장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 광범위한 시장 개입으로 주거비 부담 증가, 자산격차 확대, 수급 불일치 등의 문제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저금리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 증가가 집값 급등의 원인인데 엉뚱하고 광범위한 규제로 시장을 더욱 왜곡시켰다는 것이다.

허 실장은 "정부가 시장 메커니즘을 고려하지 않은 종합대책을 매년 2∼3차례 발표했지만 가격 상승세는 지속되고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등 정책의 부작용은 더 확대됐다"며 "시장의 작동원리보다는 규제와 공공 중심의 정책 운영으로 부작용과 시장 내성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허 실장은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공시가격 상승 및 보유세 강화 등으로 집주인과 임차인 모두 주거비 부담이 증가한 것을 꼽았다.

또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아파트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진 가운데 정부의 규제로 서울 아파트 공급은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차기 정부가 현재의 주택 문제를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정책 시스템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차 2법은 임대차 시장에 대한 정보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고, 3기 신도시 입주로 수도권 주택시장의 안정을 담보할 수 있을 때까지 4∼5년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조세제도 정상화를 위해 공시가격 목표 현실화율 현행 90%에서 80%로 하향 조정, 양도세 중과 폐지, 장기보유특별공제 정상화, 고령자 재산세 감면 강화, 재산세의 소득공제 연계 도입 등을 개선 과제로 제안했다.

허 실장은 "차기 정부가 현재의 주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책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라며 "시장개입 부작용을 최소화한 시장 친화적 정책, 잦은 변화 없이 장기적으로 믿을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정부의 건설 정책으로 주제 발표에 나선 최석인 산업정책연구실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규제의 양산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 편성의 모호함, 전담 조직 운영의 한계, 발주자-원도급-하도급자 간의 적정공기와 비용 확보에 대한 이견 등을 개선해야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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